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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중음악에 관한 모든 것을
묻기도 전에 가르쳐드립니다

  1. 재즈 낫 재즈, 재즈를 비튼 실험과 도전

    재즈가 낳은, 재즈를 비튼 실험과 도전.

  2. 틱톡을 뒤집어 놓은 댄스음악, 저지 클럽의 역사

    통통 튀는 댄스 음악으로 틱톡 리스너를 사로 잡은 저지 클럽.

  3. 한국 전자음악을 이끌어온 레이블 여덟 개

    젊고 자유롭다. 한국의 전자음악 레이블 여덟 개.

  4. 멈춘 댄스 플로어에엇 리스펙트로 생존한 음악

    드럼, 베이스 말고 드럼 앤 베이스. BUDXBEATS가 알려주는 세기말의 댄스 음악이 죽지도 않고 또 온 이유

  5. 음악은 도시를 입는다

    로컬 음악의 탄생과 발견
    도시는 댄스 음악을 낳는다. 지역색 물씬한 로컬 음악.

  6. 서울의 레코드숍을 찾아서

    ‘디깅’하기 좋은 도시 서울. BUDXBEATS가 추천하는, 저마다의 애정과 고집으로 문을 여는 레코드숍 여덟 곳.

  7. 리믹스의 재구성

    리믹스의 재구성, 앞서 보는 미래 혹은 잃어버린 과거.

  8. 발레아릭을 아시나요?

    작은 섬에서 세계로, 경계와 규칙이 없는 발레아릭의 세계. ​

  9. 코로나 19에도 음악은 답을 찾을것이다. 늘 그랬듯이

    코로나 19, 가상 파티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 새로운 질서까지. BUDXBEATS가 말하는 자가격리 시대의 음악 신 이야기.

  10. 장르를 만들어버린 악기가 있다?

    한 대의 악기가 음악이 될 수도 있다. TB-303과 애시드, 그리고 사랑의 여름.​

  11. 너희가 힙합 서브장르를 아느냐

    알 것도 같은데 설명하긴 어려운, 알아두면 한 번은 쓸모있는, BUDXBEATS가 정리한 힙합 서브장르 8 개. 아니, 이것도 힙합이라니.​

  12. 디지털 DJ VS 바이닐 DJ

    디지털 DJ vs. 바이닐 DJ. 클럽 신의 ‘호랑이 대 사자’급 매치. 승자는 누구?

  13. Gabber가 뭔가요?

    Gabber가 뭔가요? 그 광기의 시작, 끝, 부활.

  14. 전자 음악이 EDM인가요?

    ​전자음악이 EDM인가요? BUDXBEATS의 주관으로 주관식으로 답한다. 정의, 역사부터 이를 둘러싼 논란까지, EDM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EDM학개론’.

CREATOR TIPS

아티스트가 직접 알려주는 진짜 창작 팁

  1. YUNU

    에잇볼타운의 프로듀서 YUNU에게 90년대는 자연스럽다. 가상악기와 샘플로 만드는 재현 이상의 90년대 사운드와 그루브. 

    • TIP1

      Piano Rave

      90년대 하우스에 빈번히 등장하는 ‘쨍’한 피아노 소리예요. 가상악기의 그랜드 피아노 계열 프리셋을 쓰면 비슷한 느낌이 나긴 하는데, 제대로 알고 싶어 찾아봤더니 KORG M1 신시사이저를 그맘때 프로듀서들이 유독 많이 사용했더라고요. 하드웨어지만, 현재 M1 가상악기가 출시된 상황이고요. M1 가상악기 중 ‘Soft Grand’라는 소스를 이용했어요. 일반적으로 80~90년대에 출시된 신시사이저 프리셋엔 리버브나 코러스 같은 이펙트가 과하게 걸린 경우가 많아서, 다른 효과는 다 제외하고 홀 리버브만 남겨뒀고요. 대신 힘이 다소 부족해 에이블톤 새추레이터 프리셋 중 ‘A Bit Warmer’를 선택한 뒤, 웻(Wet) 값을 30퍼센트 정도로만 설정했어요. 이 피아노 소리가 드럼이나 베이스를 만났을 때, 좀 더 도드라지게 들렸으면 하는 의도죠. 그리고 역시나 베이스나 킥 드럼의 자리를 비워야 하기에 필터로 저역을 정리했어요. 컴프레서도 아주 살짝 걸었고요. 이렇게 M1을 보정해 써도 좋지만, 너무 똑같이 구현하기보다 다른 악기로 자기만의 소리를 창작하는 것도 재미있겠죠. 그래서 가상악기 KEYSCAPE를 열어 흡사한 소리를 검색했어요. ‘LA Custom C7 - Club’이라는 피아노 프리셋을 고른 뒤, 하이컷을 제외하곤 M1과 거의 동일한 프로세스를 거쳤고요. 코드 관련 팁은, 너무 정직한 보이싱보다 9도, 11도, 13도 텐션을 섞는 걸 추천해요. 몇몇 코드톤은 과감히 생략해도 좋고요. 거기에 더해 ‘루트’ 음의 벨로시티를 약간 줄이면 베이스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어요. 

      SAMPLE - M1 / KEYSCAPE

    • TIP2

      Organic Bass

      다양한 90년대 하우스의 베이스를 딱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자주 발견되는 소리가 있죠. 히트곡을 예로 들자면 Robin S의 ‘Show Me Love’에 나오는 베이스 같은. M1 프리셋 중 ‘HouseSplit’엔 Organ Bass란 소스가 들어 있어요. 어떤 건반을 치느냐에 따라 반응하는 소스가 여럿인 프리셋인데, 건반 저역대를 칠 경우 베이스 소스가 연주되죠. 소스 구성을 분석해보면 신시사이저 내부 알고리즘상 7반음, 즉 완전 5도음이 사용자가 누른 노트 위에 쌓이는 식이에요. ‘도’를 연주하면 다른 음색의 ‘솔’이 함께 트리거되는 거죠. 이번엔 피아노와 달리 M1 내장 이펙터가 꽤 자연스러워 있는 그대로 뒀고요. 좀 더 촉촉하게 에코를 추가하고, 밀도를 위한 컴프레서를 더했어요. 이렇게 ‘Organ Bass’처럼 애초에 완벽한 소스를 골라도 문제없지만, 요즘 가상악기로도 90년대적 베이스를 만들 수 있겠죠. 앞서 M1 소스는 이미 두 음을 같이 연주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기 때문에, 두 개의 가상악기 소리를 합쳐봤어요. TRILIAN의 ‘Oberheim Hip Hop’이란 프리셋으로 베이스 대역을 커버하고, OMNISPHERE의 플럭 종류 프리셋을 그 위에 쌓았죠. 이어서 플럭의 디케이를 상대적으로 짧게 해, 벨이나 퍼커션 느낌으로 어택부를 강조했어요. 마지막으로 베이스 트랙에까지 에코를 쓰면 다소 지저분해질 수 있어서 플럭에만 에코를 적용했고요. 

      SAMPLE - M1 / TRILIAN + OMNISPHERE

    • TIP3

      Digital Guitar

      흔히 ‘미디 냄새’ 나는 기타 소리라고 말하죠.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로드니 저킨스를 비롯한 힙합, 알앤비 프로듀서들이 곡에 자주 넣던. 역시 해당 시기의 악기를 찾아보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프로듀서들이 출연한 영상 등을 보면 항상 YAMAHA MOTIF 같은 워크스테이션형 신시사이저를 스튜디오에 구비해 뒀더라고요. 예상대로 거기에 답이 있었고요. 샘플러형 가상악기인 KONTAKT의 MOTIF 라이브러리 중 나일론 기타나 어쿠스틱 기타 프리셋을 살펴보면 원하는 소리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이번 예시는 제가 작업한 기린의 ‘지금의 중요해’라는 곡에 실제로 쓴 사운드예요. Xpand2라는 가상악기의 ’12 Strings + Nylon’이라는 프리셋을 다시 불러왔죠. 아무래도 디지털 신시사이저는 공통적으로 단단한 인상이 덜해, 새추레이터를 활용해 배음을 끌어올렸고요. 소리도 중요하지만, 이 ‘미디 냄새’ 나는 기타는 당시 실제 곡들이 그랬듯 코드 스트로크보다는 아르페지오 주법이 더 잘 어울려요. ‘루트’ 음만 벨로시티를 낮춰줬고요. 다만 이전 팁에서도 설명했듯, 꼭 완전히 똑같은 악기를 써야 하는 건 아니에요. 이를테면 동시대의 명기로 꼽히는 JV-1080의 ‘Steel Away’라는 프리셋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의도를 표현할 수 있어요. 아래 샘플을 듣고 비교해 보세요. 

      SAMPLE - Xpand2 / JV-1080 

    • TIP4

      New York Noise

      90년대 붐뱁은 대부분 샘플링을 통해 탄생했죠. 프로듀서들은 자신의 바이닐 컬렉션에서 원하는 부분을 따서 곡을 만들었고요. 그러니 킥이든 스네어든 항상 노이즈가 함께 녹음되는 게 일반적이에요. ‘로파이’ 사운드를 위해 곡 전체에 노이즈를 뿌리는 방식도 있지만, 그보다 실제 바이닐 레코드에서 샘플링하듯 노이즈를 활용해봤어요. 킥에는 킥을 위한 노이즈, 스네어에는 스네어를 위한 노이즈를 덧붙이는 거죠. 서로 다른 레코드 혹은 같은 레코드라도 다른 구간에서 샘플링한 드럼 파트는 결국 각각 다른 노이즈를 동반하게 되니까요. 경험상 노이즈를 선택할 때는 너무 균일한 것보단 순간적으로 레코드의 클릭이나 ‘탁탁’거리는 특징이 잘 드러나는 샘플이 더 효과적이에요. 전체 드럼 편곡은 간단해요. 킥, 스네어, 하이햇. 스네어는 두텁게 만들기 위해 두 개의 샘플을 조합했죠. 필요에 따라서는 EQ나 필터로 두 샘플의 담당 대역을 나눌 수도 있고요. 원하는 리듬으로 모든 드럼 노트를 찍었다면, 에이블톤의 그루브 풀에서 적당한 그루브를 골라 보세요. 이번 예시에서는 ‘MPC 8 Swing-50’ 8비트 스윙으로 미세한 움직임만 연출했어요. 대신 트리플렛 퀀타이즈로 16비트의 두 번째, 네 번째 하이햇과 킥을 과감히 뒤로 밀었죠. 보통 퀀타이즈 세팅은 1/8, 1/16로 두기 마련인데, 1/16T(트리플렛) 설정 후 ‘Amount’ 퍼센티지를 조절하다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그루브를 얻을 수 있거든요. 

      SAMPLE - BOOM BAP GROOVE 

    • TIP5

      YUNU IN THE GROOVE

      <YUNU IN THE HOUSE> EP 수록곡 ‘그때 가서나’의 드럼 트랙 중 일부를 가져와 봤어요. 우선 킥, 스네어, 두 종류의 클로즈드 햇, 오픈 햇 하나로 드럼의 기본 구조를 짰고요. 여기까지만 해도 뼈대로는 충분하지만, 심심한 인상이라 한마디 브레이크 루프를 그 뒤에 깔았어요. 레벨은 작게, 그리고 원래 드럼의 킥과 겹치지 않도록 저역을 잘라낸 뒤에. 특히 루프 중간의 보컬 여흥구가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꽤 큰 역할을 하고 있죠. 90년대는 샘플러가 워낙 빈번하게 통용되던 시기니까, 이처럼 드럼 머신 계열 소스와 실연 샘플을 섞는 작법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더불어 바이닐 노이즈와 테이프 히스를 섞음으로써 당시 댄스 플로어용 하우스 음반의 레코딩 및 릴리즈 방식의 표준과도 더욱 가까워질 수 있겠죠. 그루브의 관점에서는 붐뱁 예시와 마찬가지로 1/16 트리플렛 퀀타이즈를 이용했어요. 단, 8마디째 스네어 롤 파트는 트리플렛 퀀타이즈를 적용하면 너무 뉴 잭 스윙의 필인처럼 들리는 경향이 있어, 노트를 그리드에 딱 맞게 그대로 놔뒀어요. 그루브는 50퍼센트에서 53퍼센트 사이로 은근하게. 

      SAMPLE - 90’s HOUSE GROOVE

    • CREATOR RECOMMEND

      KIRIN - Yay Yay Yay (Feat. youra)

      기린의 <YUNU IN THE HOUSE> EP를 작업하며 Lidell Townsell & M.T.F.의 음반 <Harmony>를 상당히 많이 듣고 그만큼 큰 영향을 받았어요. 그런 90년대적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동시에, Creator Tips를 통해 공개한 팁이 골고루 구현된 트랙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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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장우혁

    장우혁은 댄스 가수다. 기본을 강조하며 신곡 ‘어때Tonight’ 주요 안무의 요점을 하나씩 짚었다. ​

    • 장우혁은 춤 출 때 특히 어떤 요소에 집중하나요?​
      춤을 짤 때 음악과 맞는 장르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제 곡의 음악이 바뀔 때마다 춤 장르도 달라져요. 그리고 실제 춤을 추는 관점에서는 춤 장르의 본질, 기본을 꼭 지키면서 가자는 것. 한 곡 안에서 여러 장르를 믹스매치할 수는 있지만, 기본을 지키면서 변화를 줘야지 국적 불명의 춤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음반을 내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을 댄서로 또한 규정하나요?​
      예전엔 댄스 가수라는 역할이 존재했어요. 한국이라면 박남정, 해외라면 MC 해머나 바비 브라운 같은 사람들을 꼽을 수 있겠죠. 요즘은 그보다 힙합은 힙합 아티스트, 아이돌은 아이돌, 댄서는 댄서 이렇게 구분되는 추세고요. 예를 들어 아이돌 같은 경우 H.O.T.는 특정 형태를 지향하기보다 저희 방식이 제일 멋있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안무 직접 짜고 패션도 고안하고 그랬던 거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런 시도가 규격화되어 지금의 한국형 아이돌의 모습으로 일정 부분 남아 있고요. 꼭 집어 정의하긴 어렵지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저는 아직도 댄스 가수라고 답해요. 우스갯소리로 ‘전통 댄스 가수’라고. ​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흥행으로 춤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어요. 댄스 가수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요?​
      당연한 현상이죠. 예전에 NEW WEST라는 댄스팀을 만든 적이 있어요. 조기형, 남현준(팝핀현준), 전상준을 포함한 멤버 구성으로 힙합, 팝핑, 비보잉 모두 다룰 수 있게. 당시엔 댄서들이 되게 힘들었거든요. 댄서가 춤만 춰도 생활할 수 있다,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그때는 시기상조였지만, 언젠가 그런 흐름이 온다고 믿었고 지금이 그때인 것 같아요. 댄서가 연예인이 아닌 댄서로서 영향력을 갖는 시대를 항상 꿈꿨고, 제가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그 꿈이 이뤄진 듯해서 너무 기뻐요​

      최근 댄스 신의 퍼포먼스 경향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가요? ​
      과거엔 지금처럼 장르가 세분화되지 않았어요. 그냥 댄스였죠. 안무라는 말이 ‘코레오그래피’보다 익숙하고요. 분업화 역시 자연스러운 변화의 일부라고 봐요. 누가 조작하거나 한 게 아니잖아요. 시대의 흐름이죠. ​

      데뷔 이래 정말 다양한 춤 장르에 도전했죠. 지금 가장 관심 있는 춤은 무엇인가요?​
      웬만한 건 다 관심 갖고 실제로 해봐서 딱 한 장르만 꼽긴 어려워요. 예컨대 ‘시간이 멈춘 날’ 발매를 앞둔 기간엔 애니메이션 팝핑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애니메이션 크루랑 1~2년 정도 같이 준비하고 활동했죠. 이게 새로운 댄스의 시작점이 될 수 있겠다는 맘도 들었고요. 과정이 진짜 쉽지 않긴 했는데, 어쨌든 이런 식으로 꾸준히 작업을 해왔어요. 요즘엔 춤도 워낙 다양하고, 멀티 댄서가 각광받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멀티 댄서’를 지향하나요?​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죠. 여러 음악 장르와 거기에 알맞은 춤을 따라가니까. ​

      신곡 ‘어때Tonight’의 안무는 어떤 춤을 포함하고 있나요?​
      콘서트에 주안점을 두고 고른 곡이에요. ‘칠’하고 너무 멋 부리지 않아도 멋이 나는 곡이 하나 있으면 했거든요. 팬 분들과 더 잘 교감할 수 있도록 공연장에서 표현이나 몸짓 정도로 충분히 표현 가능한. 덕분에 매번 다르게 연출할 여지도 생기고요. 안무도 그런 느낌에 맞춰 의뢰했어요. 열심히 안 하는 듯한 춤. 힘주기보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거죠. 엄청난 춤의 스펙트럼을 드러내기보다, 가사와 몸의 그루브가 잘 어울리도록. ​

    • TIP1

      “어때 tonight / I’ll be waiting for you girl / 어때 tonight / 생각나 너의 몸도”

      전주가 잔잔하게 흐르다 “어때 tonight” 하는 가사가 킥 드럼이랑 동시에 탁 나오잖아요. 거기에 맞춰 시작점을 임팩트 있게 꾸몄어요. 스텝은 사뿐사뿐 걷는 반면 손이나 팔 동작은 강세에 신경 쓰며 ‘쫀득쫀득’하게.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주요 포인트를 찍을 때는 상당히 빠르게 들어가지만, 빠져나올 땐 천천히 움직이는 거예요. 이를테면 꽃이 슬로 모션으로 쫙 피었다가 확 닫히는 식의 영상 효과 자주 쓰잖아요. 그런 강약을 편집이 아니라 춤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 TIP2

      “내 심장이 터져 버릴 때쯤 / 하늘 위를 달려 / Yeh we Fly to the sky / 우리 단둘이만”

      첫 번째 후렴구와 비슷한 기법이 쓰였어요. 무조건 세게 춘다고 강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타이밍과 속도 조절이 핵심인 거죠. 타이밍에 관해 덧붙이자면, 동작의 ‘어택’은 빠르지만 “읏따!”처럼 미세한 지연이 있다고 여겨도 괜찮아요. 더불어 곡 전체에 해당하는 얘기로, 가사에 착안한 안무가 여럿 포함된 구간이기도 해요. 다만 “하늘 위로 달려”를 부른다고 두 팔 벌려 하늘을 가리키면 별 매력이 없겠죠. 유치하지 않게 노랫말을 의인화하는 거예요.​

    • TIP3

      “나는 잘 수가 없어 No more / 가득 찬 술잔을 꺾어 / 니 몸과 내 몸을 모아서 밤새 이곳에다가 섞어”

      개개인의 안무만큼 전체 대형의 변화도 중요하죠. 곡 도입부의 후렴구 안무가 좌우 넓게 퍼진 상태에서 횡적 이동이 있다면, 이 구절 시작할 때는 앞뒤 일렬로 정리를 한 번 하고 다시 시작해요. 가사 중 “가득 찬 술잔을 꺾어” 부분에선 앞서 설명한 맥락으로 손동작을 이용한 술잔 같은 모양이 들어가죠. 내용이 꽤 섹시한 구절에 춤도 그런 인상이 있긴 한데, 모든 안무를 하나하나 계획해서 넣는 건 아니에요. 춤을 추며 느낌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순간순간 아이디어를 조합하는 쪽에 가까워요. 노래 계속 들으며 몸을 움직이다 보면 뭔가 나오듯이.

    • FULL DANCE

      장우혁 - 어때To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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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Like

    원곡 분석부터 편곡과 사운드 디자인까지, 프로듀서 L-Like가 권하는 색깔 있는 리믹스 만들기.

    • STEP1

      LISTEN & ANALYZE

      먼저 원곡을 들으며 리믹스 후 오리지널과 다른 색을 낼 수 있을지 생각해봐요. 키가 메이저면 마이너로 바꿨을 때 어떨지, 대리 코드를 사용해서 진행을 다르게 하면 어떤 효과가 날지 등을 파악하는 거죠. 드럼 역시 만약 원곡 하이햇이 한 마디에 8번 나올 경우, 그걸 16번으로 늘리는 상황을 가정해본다거나. 이 과정에서 간단히 건반으로 코드를 짚거나, 책상을 두드려 박자를 세어보는 게 도움이 되죠. 가사를 주의 깊게 들어보는 것도 좋아요. 아티스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그 안에 들어 있는 때가 많잖아요. 처음 단계에서는 키 파악이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데, 잘 들리는 멜로디나 코드 몇 가지를 따라가다 보면 규칙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힌트를 바탕으로 해당 곡의 다이어토닉 스케일이나 코드를 유추해 키를 찾을 수 있죠. 사운드적으로는 제가 평소 즐겨 쓰는 사운드를 섞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를 고려하는 편이에요. 예시로 든 Chromeo의 ‘Clorox Wipe’ 리믹스는 원곡의 강한 전자음악 요소를 덜어내고 실제 연주를 녹음하거나 같은 라인이라도 다른 악기를 이용하는 식으로 만든 곡이에요. 꼼꼼하게 카피를 한 뒤, 실제 리믹스에는 보컬과 보코더 트랙만 포함시켰죠.

      SAMPLE - VOCAL & VOCODER ORIGINAL STEMS

    • STEP2

      STEM vs NO STEM

      크게는 스템 파일을 받은 경우, 혹은 스템 없이 원곡 그대로 리믹스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겠죠. 스템 파일을 받았다면 일단 개별 트랙을 하나씩 체크해요. 그러다 몸이 반응하는, ‘이거다’ 싶은 소스를 고르는 편인데, 그 대상이 꼭 원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악기일 필요는 없겠죠. 그리고 그 소리를 분해하거나 이펙터를 거는 등의 여러 시도를 해봐요. 아무래도 각각의 소리를 따로 만질 수 있으니 자유도가 높고요. 코드나 멜로디를 파악하기도 수월한 편이고. 하지만 스템 없는 작업이라면, 음역대 확인부터가 시작이에요. 상대적으로 약한 대역에 나만의 소스를 추가해도 무난하지만, 반대로 원곡의 저역이 강하다면 그 자리를 대신할 소리를 찾는 방식도 재미있어요. 필터로 깨끗이 깎아내고 새 악기를 채우기보다, 서로 어울리게 한다는 기분으로 접근해보세요. 넣고 싶은 소리의 주파수 대역을 먼저 파악해두면 편리하겠죠. ‘Clorox Wipe’ 리믹스는 원곡 중 보컬과 보코더 트랙만 사용했고, 우선 보컬 스템을 늘려서 어느 정도 찢어지는 인상을 살렸어요. 사이드체인 ‘펌핑’을 더하니 그 부분이 좀 더 강조됐고요. 그 외엔 많은 가공을 거치진 않았지만, 브레이크 구간은 보코더 스템을 잘게 잘라 다르게 연출했어요. 보컬 없이 보코더만 쓰니 힘이 다소 부족해 컴프레서로 소스를 누르고, 보컬처럼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리버브를 더했죠.

      SAMPLE - BREAK PART VOCODER STEM PROCESSED

    • STEP3

      RHYTHM OF LIFE

      원곡에서 남길 부분을 정했으니, 이제 새로운 악기를 쌓아봐야죠. 드럼은 패턴을 짜는 방식 그 자체가 장르가 되기도 하고, 주파수의 관점에서도 거의 전대역에 걸쳐 있는 중요한 소스예요. 취향에 따라선 원곡이 808이면 909를 입혀보거나, 전자 드럼 대신 어쿠스틱 드럼을 녹음하는 과감한 리믹스를 지향할 수도 있겠죠. 혹은 원곡의 드럼을 리샘플링한 뒤 다시 배열해보는 일도 흥미로운 리듬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곤 해요. 스템 유무와 별개로 사운드와 패턴이라는 큰 틀을 세웠다면, 이제 ‘타이밍’으로 그 드럼을 더 돋보이게 만들 수 있어요. 특정 소스를 앞으로 당기거나 뒤로 미는 것만으로도 은근히 의미 있는 차이가 생기거든요. 더불어 벨로시티와 피치까지 조절해 자기만의 ‘그루브’를 완성하는 거죠. 특히 드럼 중 탐 같은 소스는 피치가 확실한 편이라, 선율을 구성하는 도구로도 즐겨 이용해요. ‘Clorox Wipe’ 리믹스에서는 원곡과 달리 부드러운, 인간미 있는 드럼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소스도 드럼머신보다 어쿠스틱 드럼의 뉘앙스가 묻은 것들을 골랐고, 일부러 손으로 직접 찍은 뒤 퀀타이즈도 하지 않았어요. 스튜디오 7, 전자 악기 3 느낌.

      SAMPLE - VOCAL + VOCODER + DRUMS

    • STEP4

      RE:HARMONY

      원곡의 코드를 바꿀 때 처음부터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노트 하나씩 변주해보는 거죠. 예를 들어 원곡의 한 구간이 도, 미, 솔 C 코드라면 리믹스에서는 라, 도, 미 Am 코드로 대치한다거나. 혹은 오른손은 그대로 치고, 왼손의 베이스 루트 노트만 바꿀 수도 있고요. 한편 코드를 고르는 과정에서 그 파트를 어떤 악기가 맡게 될지도 함께 고려해 보세요. 음색에 따라 같은 코드라도 꽤 다른 인상을 주니까요. 멜로디도 원곡 멜로디를 아예 대체하기보다 중간중간 애드립이나 보조 라인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어요. 혹은 원곡 멜로디 중 일부만 루프를 돌린다거나. 이번 예시는 원곡을 카피해보니, 코드가 그리 복잡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중간에 재즈적 요소를 드러내는 EP 연주를 넣어봤고요. 원곡과 다른 코드 진행의 신스 브라스와 EP가 보컬과 보코더를 지원하는 편곡에, 친구들에게 실연을 부탁한 리듬 기타와 베이스를 얹었어요. 어택을 강하게 친 베이스에 컴프레서를 걸어 어택부를 더욱 살렸고요.

      SAMPLE - ARRANGEMENT & SOUND DESIGN FINISHED

    • STEP5

      MIX NOT MIX

      아마 이전 프로세스를 보며 짐작하신 분도 있겠지만, 편곡과 사운드 디자인을 동시에 진행하는 편이에요. 소스를 고르는 단계부터 개별 사운드만큼 전체 조화에도 신경을 쓰고요. 그래서 후작업에 그리 많은 플러그인을 동원하진 않아요. 단, 조화에 너무 신경 쓰다 자칫 자기 음악의 색깔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하곤 해요. 리믹스는 원곡이 있긴 하지만 작업자의 의도나 방향성이 잘 드러나는 편이 더 매력적이라 생각해요. 결국 리믹스를 할 때 어떻게 균형을 잡는가가 관건이겠죠.아주 단순하게 두 소스를 합칠 때, 그 볼륨을 50:50으로 하느냐, 70:30으로 하느냐에 따라서도 완전히 톤이 달라지듯이. ‘Clorox Wipe’ 리믹스 프로젝트에서는 리버브와 컴프레서를 리턴 트랙에 열고, 복수의 악기를 조금씩 보내줬어요. 스네어 리버브를 왼쪽으로 몰아둔 것을 제외하고는, 약간의 통일성을 부여하며 다이내믹 조절 용도 정도로만 사용한 셈이에요.

      SAMPLE - PRE MASTER

    • CREATOR RECOMMEND

      Spray, Blase - Back!!! (L-Like Remix)

      ‘Clorox Wipe’ 리믹스와 비슷하게 원곡의 보컬만 활용했어요. 여러 악기를 추가해 원곡과 다른 느낌을 내고자 했죠. 신스 소리로 반복적 멜로디를 만들어 구성을 이어나가며, 그 외 여러 부분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해본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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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실리카겔

    각자의 상황에 알맞은 신시사이저가 있다. 실리카겔과 놀이도감의 김춘추가 제안하는 의도와 용도별 신시사이저 고르기. 

    • TIP1

      빈티지가 좋아

      빈티지 신시사이저를 원한다면, 최선은 오리지널 모델을 사는 것이죠. 하지만 매물이 적고 가격 또한 점점 오르는 추세예요.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죠. 여러 빈티지 신스의 특징은 한계에서 비롯되곤 해요. 파라미터 제어가 제한적이며, 거기서 생기는 독특한 캐릭터가 있고요. 그런 점을 감안해 신품 신시사이저를 살펴보는 거예요. 복각 모델도 좋고, 꼭 그렇지 않아도 괜찮아요. Moog의 Minitaur나 Sirin, Waldorf의 Streichfett 등이 적절한 예가 될 수 있죠. 상대적으로 컨트롤 가능 영역이 좁고, 조작이 간편한 신시사이저들이죠. Prophet-5나 OB-6 등도 과거의 Sequential, Oberheim 제품과 비교하면 현대적이지만, 여전히 고유한 빈티지 성향을 잘 표현하고 있고요. 예컨대 보이스나 LFO의 개수가 많지 않다거나. 당연히 Roland Boutique 라인도 빼놓을 수 없겠죠. 특히 Boutique처럼 소형화된 복각 신시사이저는 기동성이 뛰어나, 라이브를 고려한다면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어요. 크기와 더불어 내장 이펙터 유무도 체크해 볼 만해요. 코러스, 리버브, 딜레이 정도만 탑재돼도 라이브 셋을 구성할 때 상당히 유리하니까요. 결국 한계에서 오는 빈티지함을 받아들이되, 현대적 기능의 이득은 취하는 셈이죠. 

    • TIP2

      사운드 디자인을 해보고 싶어 

      음계상 ‘음’보다 신시사이저의 ‘소리’에 집중해 보세요. 폴리포닉 신스는 여러 음을 동시에 낼 수 있고, 화음을 만들면 그것이 곧장 음악적으로 들린다는 특성이 있죠. 반면 모노 신스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보이스만 생성하기에, 소리 가공과 변조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게 될 확률이 커요. 비음악적 사운드를 만들기도 더욱 용이하고요. 그러니 이런 접근의 핵심 요소는 모듈레이션이겠죠. 이 신시사이저가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모듈레이션을 제공하는가. 오실레이터가 VCO인지 DCO인지, 필터가 VCF인지 DCF인지 등에 연연하기보다 엔벨롭과 LFO와 필터의 개수, 오실레이터의 모듈레이션 범위를 먼저 체크해보는 거예요. 더 나아가면, 키보드가 달리지 않은 모듈형 신스라는 흥미로운 옵션도 있겠죠. 키보드가 없다는 건, 달리 말하면 꼭 평균율 음계 연주를 궁극적 목표로 둔 악기가 아니라는 얘기가 되고요. 즉, 음과 음 사이를 오가는 소리의 움직임 혹은 파형이 파형을 변조하며 벌어지는 ‘사운드’의 다채로움을 실험해보는 거죠. 그렇게 신시사이저를 단순한 멜로디나 화성 악기 그 이상으로 대할 수 있어요. 

    • TIP3

      드럼 머신 꼭 필요해?

      드럼머신은 오묘해요. 안 사려고 마음먹으면 유료든 무료든 수많은 샘플팩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죠. 사실 선망의 대상인 Roland TR-808이나 TR-909 드럼머신은 비싸도 너무 비싸니까요. 샘플만 준비되면, DAW의 막강한 미디 시퀀서를 이용해 한계가 없는 복잡한 패턴과 톤으로 리듬을 만들 수 있고요. 단, 드럼머신을 드럼머신답게 만드는 건, 샘플로 확보한 소리가 전부가 아니에요. TR-808이라면, 피치 조정 범위가 그리 넓지 않죠. 콩가와 탐을 같이 쓸 수 없고요. 긴 시퀀스를 짜기도 어려워요. 이 태생적 제약을 모두 거쳐 나온 것이 바로 TR-808의 리듬, 캐릭터인 거죠. 그런 경험 이후 DAW로 돌아왔을 때, 빈티지한 리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어요.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조작을 과감히 생략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현대적 리듬과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고요. 꼭 유명 빈티지 기기가 아니라도, 각기 다른 시퀀서를 포함한 하드웨어를 사용함으로써 DAW에서는 떠올리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요. 그렇기에 MPC 시리즈나 SP-404 같은 샘플러에 샘플을 심어 다듬은 뒤, 그 안에서 구성한 패턴을 DAW로 녹음 받는 식의 작업도 유의미하다 생각해요. Elektron의 신시사이저 및 드럼머신 역시 직관적이고 다재다능한 시퀀서에서 오는 재미난 성격이 있고요. 

    • TIP4

      감산방식 아날로그 이외의 선택이라면?

      신스 하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감산식 신시사이져죠. 특정 배음 구조의 파형을 필터로 깎으며 소리를 찾아 나가는. 감산식으로도 수많은 소리를 연출할 수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신서시스의 종류가 존재해요. 모두 다른 소리를 내고요. 여러 오실레이터가 오실레이터 주파수를 변조해 배음을 만드는 FM 신시사이저, 흔히 ‘웨스트코스트’ 계열로 불리는 컴플렉스 오실레이터 중심의 부클라 제품군, 실연 샘플을 담은 PCM 신스 등은 감산식으로 얻기 어려운 음색을 디자인할 수 있어요. 물론 조작법이 전부 다르기에, 별도의 공부가 필요하겠죠. 다만 어떤 신스든 모든 구조를 다 이해해야만 접근이 가능한 건 아니에요. 쉽게는 80년대, 90년대의 레트로한 소리가 필요하다면 PCM 신스 특유의 뉘앙스만 차용해보는 거죠. 또한 이름과 개념이 다를 뿐, 이런 각종 신서시스 방식은 이미 감산식 신스에 활용되고 있는 기능일 확률이 높아요. 다수의 오실레이터를 보유한 감산식 신스가 제공하는 크로스 모듈레이션은 FM 신서시스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죠. 사인파 오실레이터의 피치에 격차를 두고 오실레이터를 쌓으면 애디티브 신서시스가 되는 것이고요. 관심을 두고 시간을 조금씩 투자한다면, 사운드의 스펙트럼을 부쩍 넓힐 수 있어요. 

    • TIP5

      신시사이저만으로 충분할까?

      어쿠스틱 악기와 비교하면 신시사이저의 배음 구조는 단순할 수밖에 없어요. 애초에 오실레이터가 발진한 간단한 소리를 이용하는 거니까. 그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부족하다 느낄 수 있죠. 그럴 때마다 새 신스를 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요. 저는 기타리스트로서, 기타와 신시사이저 간에 꽤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타도 주법이나 톤 노브, 픽업 셀렉터 등으로 음색을 바꿀 수 있지만 어쨌든 줄 소리가 나는 거거든요. 그래서 변수를 더하기 위해 앰프를 고르고, 거기에 달린 EQ나 이펙터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죠. 기타 페달만 해도 정말 수만 가지가 있잖아요. 의도와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신시사이저도 그런 식으로 응용해보는 거예요. 하나의 신시사이저가 그 최대치를 발휘하도록. 맘에 드는 신시사이저를 구입했다면, 어울릴 만한 이펙터를 함께 고려해보세요. 너무 어렵게 고민하는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는 기타 이펙터부터 시작하는 거죠. 임피던스나 헤드룸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잠시 미뤄두고 아웃풋 레벨 정도만 신경 쓰며 직관적 실험을 거듭하다 보면, 신시사이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어요. 

    • CREATOR RECOMMEND

      youra - 놀이공원 (Roller Coaster)

      가장 최근 프로듀싱한 곡을 소개하고 싶어요. 단조로운 707 패턴, 과장된 멜로디, 클래식 신스 벨 사운드 등 클리셰로 점철된 트랙인 만큼 거기에 필요한 콘셉트의 사운드를 만드는 쪽에 집중했어요. 세상엔 정말 다양한 소리와 수천 가지 신스가 있지만, 프로덕션 의도에 부합하는 악기를 고르고 톤 메이킹의 방향을 잡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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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박다함

    레이블 대표, 레코드 가게 운영자, 디제이 겸 음악가 박다함이 충분히 경험하고 생각한 코로나 시대의 음악 기획과 프로모션.

    • TIP1

      No Event

      지난해 초엔 정말 깜깜했어요. 그러다 2020년 4월 말쯤 파티 <Quick-Die>를 하게 됐고요. 원래 초대하려던 독일 아티스트가 못 오게 돼서, 소규모 공연과 유료 스트리밍을 병행한 행사였어요. 여러 딜레마가 생기더라고요. 우선 스트리밍에 들어가는 비용과 인력에 비해 성과가 부족하니까요. 관람료 문제를 떠나서도, 유료로 진행한 스트리밍을 곧장 무료로 공개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노출이 줄어들고, 시청자들에게 동일한 경험을 선사하기도 어렵죠. 모두 감상 환경이 다르니까. 중간에 상황이 좀 나아졌을 때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열기도 했어요. 거기서 확신이 생겼고요. 스트리밍은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음반을 내고 의도한 형태의 공연을 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뭔가가 있으니까요. 결국 공연이 어렵다면, 끊임없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방법인 듯해요. 수많은 믹스, 플레이리스트, 스트리밍의 물결 속에 사람들이 선택할 만한. 그래서 지난 연말 헬리콥터 레코즈를 통해 bela, 유기농맥주, HOSOO의 정규 음반 세 장을 연달아 제작했어요. 믹스도 특정한 순간을 포착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기획이 확실한 게 좋겠죠.

      HOSOO - Saltlake (Snippet)

    • TIP2

      No Plane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지역 교류가 활발하다가, 코로나로 그렇게 할 수 없게 됐죠. 사실상 돌파구는 없어요. 다만, 불가항력에 의해 시간이 많아지니 전에 안 하던 일에 도전하게 됐죠. 그게 오프라인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현실화될 수 있고. 지난해 9월 <Quick-Die>와 도쿄 FORESTLIMIT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파티 <K/A/T/O MASSACRE>의 합동 온라인 이벤트를 추진한 적이 있어요. 거기까지면 코로나 전에도 어떻게든 가능했겠지만, 온라인 스트리밍이라는 특성 덕에 인도네시아의 음악가 Y-DRA도 파티에 참여할 수 있었죠. 그런 기획을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게 됐어요. 실제로 만나보지 못한 사람에게 연락을 취하고 협업을 도모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 게 됐죠. 제안에 대한 반응도 과거보다 긍정적인 것 같고. 물론 무작정 부딪치는 건 아니고, 미리 조사를 많이 해봐야죠. 레지던트 어드바이저나 밴드캠프를 비롯한 매체에 어느 로컬 신을 다룬 기사가 올라오면 꼼꼼히 읽어본다거나. 우주만물에 레코드를 입고하며 신에 얽힌 사람들과 환경을 살펴보기도 하고요. 그래도 직접 만나는 것만큼의 끈끈한 교류는 당연히 어렵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예요.

    • TIP3

      Yes Physical

      바이닐 대폭발의 시대라 할 만하죠. 소비자들이 바이닐을 추억이 아닌 현재의 음악 매체로 대한다는 인상이고. 다만 우려스러운 점도 있어요. 일단 제작이 점점 힘들어지는 추세예요. 주문이 늘다 보니 공장 부하가 걸리고, 코로나 이후 배송 시스템도 여전히 정상화되지 못했고요. 그 외에도 변수가 많아 발매일이나 입고일을 미리 정하는 게 쉽지 않죠. 바이닐과 반대로 CD는 계속 고전 중이에요. 디스트리뷰터가 CD는 아예 안 받는 경우도 있고요. 카세트테이프가 그랬듯 언젠가 서서히 돌아오겠지만, 아직 가시적이진 않은 듯해요. 다른 머천다이즈 등에 다운로드 코드를 포함시키는 방법이 있긴 해도, 애초에 음악 매체로 나온 것에 비할 수는 없죠. 음반 외 굿즈 시장은 크게 달라진 건 없는 듯해요. 굳이 꼽자면 밴드캠프 프라이데이 같은 수수료 감면 이벤트에 음반 외 제품들이 등장하는 흐름 정도. 음반 판매량을 급격히 늘리긴 어렵고, 판매자 우호적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죠.

    • TIP4

      Yes Curation

      둘의 차이는 있지만, 레이블 대표로서든 레코드 가게 운영자로서든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음악을 주로 다루는 편이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색깔이 생긴 거고요. 믹스 얘기 때 잠시 언급했지만, 코로나를 겪으며 거기에 맞는 큐레이션을 시도해보기도 했어요. 하세가와 요헤이의 <Stay Home, Stay Mellow> 믹스 CD가 그랬고, bela의 음반도 지금의 감정과 상황을 담았기에 제목부터 <2020>인 거고요. 일본의 EM 레코즈처럼 작년부터 더 적극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게 된 레이블도 있고. 큐레이션 전달 방식에 관해서라면, 구독 서비스가 어느 정도 해답이 될 수 있을 듯해요. 최근 프로모션의 흐름이 그렇듯, 기관이나 매체 뉴스레터보다 신뢰를 얻은 개인의 뉴스레터 같은 형식 말이죠. 저는 헬리콥터 레코즈 이름으로 보내고 있지만, 그 또한 박다함의 뉴스레터에 가까운 것 같아요. 발매든, 머천다이즈 제작이든, 레코드 입고든 제가 벌이는 일을 모아 알리는 거죠. 인스타그램에 올린다고 내용이 모두에게 전달되는 건 아니니까요. 뉴스레터가 아니라도, 예컨대 The Vinyl Factory의 VF Life 시리즈는 공적 무대가 아닌 사적 장소에서의 믹스 영상을 송출하잖아요. 그런 접점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지는 시기가 아닌가 해요.

      bela - Finite Numbers (Snippet)

    • TIP5

      Yes Future?

      자고 나면 맘이 바뀌어요. 괜찮아질까? 작년만 해도 다들 올해 코로나가 종식될 거라 예측했죠. 이렇게 유럽과 미국은 살아나고, 아시아는 그대로일 줄 몰랐고요. NFT나 메타버스 같은 주제에 대해선 크게 할 말이 없어요. <K/A/T/O MASSACRE>와 3D 아바타 채팅 앱 CLUB COOEE가 합작한 가상 레이브 <DIV3 ii>에서 음악을 틀기도 했지만, 글쎄요. 처음엔 흥미롭다 여겼는데, 독립 레이블 혹은 저와 맞는 방식은 아닌 듯해요. 관련 팀을 꾸릴 여력이 되지 않는 이상. 팬덤이라 말하면 거창하지만, 그 숫자를 조금씩 늘리고 예측하는 게 중요한 독립 레이블 입장에서는 대면 공연이 가능한 시기를 기다리며 근육을 키우는 수밖에 없어요. 다들 다시 만나는 날까지.

    • CREATOR RECOMMEND

      Dinosaur Jr. - Tiny Desk (Home) Concert

      NPR Music의 Tiny Desk Concert가 Tiny Desk (Home) Concert로 바뀌었죠. Dinosaur Jr.부터 Mdou Moctar까지, 음악가들이 각자의 환경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반강제적으로) 볼 수 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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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DJ Soulscape

    바이닐 믹싱에 관해 묻고 싶은 바로 그 음악가, DJ Soulscape가 전하는 여섯 가지 믹스 실전 테크닉.

    • INTRO

      바이닐 믹스를 할 때 개인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에 대해 먼저 설명하고 싶어요. 우선 7인치 싱글, 12인치 싱글, LP 등 여러 매체별 음량과 다이내믹 레인지의 차이를 고려하는 편이에요. 같은 매체라도 시대별로 특징이 다르기도 하고요. 예컨대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에 발매된 7인치 레코드의 음압 레벨이 현대 혹은 80년대 이후의 동일한 매체와 비교했을 때 훨씬 높거든요. 자연스럽게 ‘라우드니스’가 더 크다 말할 수 있죠. 시대나 장르에 따른 사운드 경향의 변화도 염두에 두고 있으면 좋아요. 같은 808을 사용한 힙합 레코드라도 80년대 음악은 서브 대역 주파수가 요즘 힙합에 비해 적다거나. 시기별로 음악의 주파수별 밀도에 꽤 차이가 있거든요. 중요한 점은 믹서의 피크 미터에 의존하기보다 항상 귀로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거예요. 레벨 미터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거든요. 공간별 사운드시스템의 특징도 알아두면 도움이 되겠죠. 저역이 세거나 하이가 중첩되는 등 모두 제각각이니까요. 자신의 카트리지나 모니터 장비를 비롯한 변수가 많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직접 느끼며 경험으로 쌓이는 데이터를 잘 이용하는 게 중요해요.

    • TIP1

      Sample of Sample

      힙합이나 랩 음악의 믹스를 구성하는 데는 개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동일 프로듀서가 만든 곡이나 같은 샘플을 이용한 트랙 간의 호환성을 근거로 믹스를 짜는 거죠. 실제 힙합 디제이들이 자주 활용하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특히 이미 익숙한 샘플일 경우, 두 곡은 이미 한 세트나 마찬가지인 셈이에요. 꼭 힙합이 아니라도 Bmore의 뼈대가 되는 Gaz의 ‘Sing Sing’ 브레이크 같은 공통 샘플도 믹싱을 위한 힌트가 될 수 있고요. 이번 예시에서는 Eazy-E의 ‘Boyz-N-The-Hood’와 해당 곡의 메인 테마를 샘플링한 Freddie Gibbs의 곡을 엮어봤어요. 마침 BPM도 비슷해서, 연결하기에 무척 적합해요.

      A: Eazy-E - Boyz-N-The-Hood B: Freddie Gibbs - Death Row (featuring 03 Greedo)

    • TIP2

      Word Play

      가사나 후렴구에 자주 쓰이는 관용구가 있죠. 또는 어떤 가사가 관용구로 정착하거나. 그렇게 널리 알려진 구간이 나오면 댄스 플로어의 긴장감이 고조되기 때문에, 똑같은 표현을 공유하는 다음 곡까지 그 상승한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는 거예요. 예시로는 ATCQ의 ‘Find a Way’와 그중 “Now why you wanna go and do that, love, huh?”라는 구절을 포함한 T.I.의 ‘Why You Wanna’를 선정해 봤어요. 믹싱 후 끝내는 게 아니라 스크래치 등을 더해 두 곡을 번갈아 들려줄 수도 있겠죠. 꼭 완전히 일치하는 노랫말이 아니라도 콜 앤 리스폰스 형태의 랩이나 ‘떼창’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그 역시 믹싱의 큐 포인트로 삼기 적절해요.

      A: ATCQ - Find A Way B: T.I. - Why You Wanna

    • TIP3

      Isolated for Long

      EQ 아이솔레이션은 하우스나 테크노 믹싱엔 무척 선호되는 방식이지만, 힙합이나 알앤비에선 꼭 그렇진 않죠. 하지만 808을 근간으로 한 마이애미 사운드와 Bmore 등 미 동부 95번 고속도로를 타고 발달한 클럽 튠, 프리스타일, 힙 하우스처럼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는 시도해볼 만 해요. 꼭 동일한 808 사운드가 아니더라도 드럼 머신 위주의 트랙에선 대부분 효과적이고요. 일반적으로는 천천히 저역과 고역 EQ를 섞는 편이지만, 반대로 EQ를 적극적으로 조작해보는 것도 재밌어요. 둘 중 한 곡의 랩이나 코러스에 인상적인 파트가 있다면, 중역만 살려두고 롱 믹스를 해본다든가. 킥 음색엔 동질감이 있지만 패턴이 다르다면, 저역 EQ를 번갈아 아이솔레이션하며 패턴을 교차 편집해본다든지. 곡의 성격에 따라 과감하게 연출해 보세요.

      A: D.J. Slugo - Wouldn't You Like To Be A Hoe B: Proc Fiskal - Baguettes

    • TIP4

      It’s Halftime

      느린 음악과 빠른 음악, BPM이 두 배나 절반 관계인 음악을 연결해보는 방식이에요. 제가 ‘하프타임 뮤직’이라 칭하는 서던 힙합, 트랩, 그라임, 덥스텝 등과 게토테크, 개버, 주크 등 ‘더블타임’ 댄스 음악이 그 대상이 되죠. BPM 60~80 정도의 음악을 틀다 130 이상의 속도로 진입했을 때의 고양감이 있거든요. 감각적으로는 ‘내스티’한 공기에서 ‘레이브’의 영역으로 확 전환하게 되는 거죠. 음량이나 편곡적 변화 없이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요령이라 볼 수도 있고요. 사실 BPM 65 정도 트랩도 최근 클럽 관객들은 130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에 힙합이 두 배로 재해석되는 시기란 생각을 하기도 해요. 템포를 느리게 만드는 ‘찹드 앤 스크류드’란 장르적 원류를 돌이켜보면 흥미롭죠. 그러니 오히려 이런 믹싱이 어색할 이유가 없고요. 물론 역으로 ‘더블타임’을 ‘하프타임’으로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해요.

      A: Pipper's Crew - Version B: Double O - Missing Renk

    • TIP5

      Re-harmonization

      디스코, 부기, 모던 소울 등 코드나 멜로디가 중요한 장르를 믹스하다 보면 간혹 두 곡의 화성과 멜로디가 자연스레 어우러지곤 해요. 이전 곡 멜로디에 다음 곡 코드가 더해지거나, 두 곡이 만나 새로운 코드 진행이 탄생할 수도 있죠. 댄스 뮤직, 특히 디스코나 부기 등은 장르별로 선호하는 키가 있는 편이라 의외로 키가 같거나 잘 맞는 곡을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거든요. 바이닐은 피치를 바꾸면 곡의 키가 달라지지만, 서로 BPM이 비슷한 노래의 경우 한계치 안에서 움직이기에 그 어울림을 그대로 살릴 수 있고요. 예시로 든 두 곡은 키가 같아요. Funkadelic의 신시사이저 라인이 쭉 유지되며, 이어 등장하는 곡의 코드가 그 라인과 조화를 이루게 되는 거죠. 베이스가 만나거나 멜로디가 겹치면 다소 지저분하게 들릴 수 있기에, 트랜지션 지점을 정한 뒤 EQ를 확실하게 꺾어주는 게 좋아요.

      A: Funkadelic – (Not Just) Knee Deep B: Carl Anderson – Don't Make Me Wait

    • TIP6

      Let the Drum Speak

      예전에 한 디제이와 이야기하다 나온 화제인데, ‘Let The Drum Speak’라는 기본 전제가 있더라고요. 드럼이 가장 중요한 요소고, 드럼이 중심에서 끌고 나가면 믹스는 결국 해결이 된다는. 복잡한 곡이라도 다른 요소가 빠지고 브레이크만 남는 곳에서 믹스를 한다든가, 드럼으로 시작하는 곡을 쓰면 곡의 제일 미니멀한 형태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거죠. 이를테면 60~70년대 소울 및 훵크 7인치 바이닐은 기본적으로 실제 연주라 BPM이 유동적이고 패턴이나 멜로디도 자꾸 달라지기 때문에 믹싱이 쉽지 않지만, 짧더라도 브레이크를 이용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니까요. 브레이크는 어쨌든 반복적이라 상대적으로 일정하기도 하고. 블렌딩을 시도하거나 그 빈 공간에 드럼 필인으로 컷 믹스를 연출할 수도 있겠죠.

      A: The Emotions - Blind Alley B: Syl Johnson - Different Strokes

    • CREATOR RECOMMEND

      Kitsuné The Sunset Series by DJ Soulscape

      특별히 루틴을 정해두지 않고, 주제에 맞게 골라 간 음악을 믹스한 영상이에요. 꽉 짜인 루틴 안에서 움직이기보다 여유로운 쪽에 가깝죠. 구성이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가 많고 좀 무리인 구간도 있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시도와 대처가 보이는 믹스에요. 바이닐 믹스는 가방을 한 번 챙기면 그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하니까 상당히 현실적이지 않나, 해서 골라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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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고담

    808 킥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프로듀서 고담 혹은 도일도시가 소개하는 다섯 가지 장르별 808 킥 샘플 활용법.

    • TIP1

      Electro Deluxe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에이블톤 808 Core Kit의 킥 드럼 샘플을 활용했어요. 일렉트로는 그 긴 역사만큼이나 종류가 많죠. 808은 초기 일렉트로부터 장르를 구성하는 대표적 요소였고요. 이번에 시연할 일렉트로는 아프리카 밤바타나 사이보트론 계열의 고전보다 이른바 ‘모던 일렉트로’에 가까워요. 초기 일렉트로는 베이스를 비롯한 기본 편곡이 그리 복잡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요즘 일렉트로는 다르죠. 16비트 베이스라인, 다양한 신시사이저 소스가 유기적인 ‘그루브’를 형성해요. 808은 서브 대역 에너지가 강력하기 때문에 저역의 다른 노트와 충돌할 가능성이 생기고요.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우선 킥의 디케이와 릴리즈를 짧게 잡아줬어요. 대략 16분음표, 혹은 점 16분음표 정도에서 연주가 마무리되도록. 808의 서브를 ‘타이트’하게 만들어주는 거죠. 그리고 새추레이터로 배음을 올렸어요. 프로세싱을 거치지 않은 808 킥은 미드 대역이 꽉 찬 편은 아니라, ‘Soft Sine’ 모드로 과하지 않게 중역을 살렸죠. 마지막으로 멀티밴드 컴프레서를 이용해, 저역 레벨을 다시 한번 다듬었어요. 중역대를 강조하기 위해 새추레이터를 썼지만, 저음부에도 생성되는 배음이 있고 대역간 균형이 다소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기에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저역만 눌러준 거죠. 어택과 릴리즈는 과감히 짧게 세팅해 보세요. 중고역대 트랜지언트의 타격감은 보존하고, 동시에 올라오는 ‘부미’한 저역만 따로 관리하는 거예요.

      SAMPLE - Electro Kick Before / After

    • TIP2

      Trap N Bass

      킥을 베이스처럼 사용하는, 드럼 앤 베이스와 트랩 음악가들이 자주 쓰는 방식이에요. 일단 심플러에 808 킥 샘플을 넣고 워프 기능을 활성화했어요. 워프를 꺼두면 피치가 상승할 때마다 샘플이 짧아지니, 정확한 길이 파악이 어려울 수 있거든요. 선행 노트 릴리즈가 다음 것을 침범하지 않도록 보이스는 모노로 설정했고요. 더불어 부족한 중역대를 보강하기 위해 필터 드라이브를 건 뒤, 하이 대역을 깎았어요. 808 킥은 고역 트랜지언트가 제법 세거든요. 다음은 필터 엔벨로프. 피치 엔벨로프만큼 노골적이진 않지만, 필터를 재빨리 열었다 닫으며 은근한 피치 하강감을 주는 거예요. 키 트래킹 수치를 올리면, 고음 노트일수록 필터가 열려 ‘퍼커시브’한 베이스를 만들 수 있고요. 베이스 이동시 매번 필터 컷오프가 바뀌며 흥미로운 움직임이 생기는 거죠. 곡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게 앰프 엔벨로프의 디케이와 릴리즈는 넉넉히 주는 게 좋아요. 그리고 글라이드 모드를 ‘포르타멘토’로 활성화해 주세요. ‘글라이드’ 쪽에 둘 경우, 엔벨로프가 레가토 모드로 전환되어, 베이스의 단단한 트랜지언트를 살릴 수 없어요.

      SAMPLE - DnB or Trap Kick Before / After

    • TIP3

      Body And Soul

      80년대 초, 808 드럼머신이 막 등장했을 무렵 알앤비나 소울 트랙에서 발견할 수 있는 킥 소리죠. 상당히 동글동글한 인상이라, 808임이 분명한 다른 드럼 소스를 지우고 나면 못 알아챌 수도 있어요. 새로운 악기로 신에 등장했지만, 당시 음악가들은 그 육중한 저역을 다소 부담스럽게 여긴 걸까, 추측해보게 되고요. 다만, 서브가 808의 전부가 아니듯, 이 부드러운 킥도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80년대 스튜디오엔 진공관 앰프가 포함된 기기가 많았을 테고, 그런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에이블톤의 기본 플러그인인 다이내믹 튜브를 사용했어요. 과한 새추레이션보다 흔히 말하는 ‘따듯함’을 더하는 정도로만 강도를 조절했고요. 이어서 EQ로 저역과 고역을 눌렀어요. 보다시피 100Hz를 중심으로 킥의 첫 울림은 유지하되, 실제 킥의 최종 피치라 할 수 있는 서브 대역 레벨은 줄여뒀고요. 고역 또한 명쾌한 트랜지언트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종류의 소리이기에, 셸빙 EQ로 꽤 많이 다듬었죠. 80년대를 지나 90년대 초중반을 강타한 컨템포러리 알앤비에서도 이런 단정한 킥 소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디케이와 릴리즈는 곡 템포에 따라 알맞게 정해주세요. 저역이 치고 올라오기 직전 지점까지.

      SAMPLE - Soul Kick Before / After

    • TIP4

      Gated Eighties

      게이트를 이용해 리버브를 끊는 ‘게이티드 리버브’는 80년대 음악의 어떤 상징이기도 해요. 포스트 디스코, 부기, 팝 록, 댄스 팝을 가리지 않고 널리 활용됐죠. 당시 발매된 PCM 드럼 머신에는 이미 게이티드 리버브를 입힌 드럼 샘플이 포함된 경우가 빈번할 정도였고요. 스네어나 클랩과 함께 자주 쓰이지만, 킥 또한 빼놓을 순 없어요. 이번 용법은 3번 예시와는 달리 트랜지언트가 중요해요. 트랜지언트의 중고역대 주파수가 리버브를 거쳤을 때 나오는 독창적 시원함이 있거든요. 우선 병렬로 이펙트 랙을 만들고, ‘WET’ 쪽 체인에만 리버브를 추가했어요. 특히 유명한 RMX16이라는 리버브의 ‘논리니어(NonLin)’라는 프리셋처럼, 투명하지 않고 노이즈가 많은 소리를 디자인해볼 거예요. 룸 사이즈를 줄이고, 덴시티(밀도)도 빡빡하게 늘려 주세요. 이어서 게이트로 리버브의 꼬리 뒷부분을 잘라내는 거죠. 거의 노이즈에 가까운 소리가 남았을 텐데, EQ를 이용해 ‘WET’ 체인의 소리 중 원치 않는 부분을 낮춰 보세요. 다시 이펙트 랙으로 돌아가 ‘DRY’ 소스와 리버브를 거친 소리를 적당한 비율로 합치면 바로 ‘게이티드 킥’이 완성돼요.

      SAMPLE - Gated Kick Before / After

    • TIP5

      Techno Warehouse

      하드 테크노나 인더스트리얼, 개버 계열의 음악은 대개 TR-909를 선호하지만, 808로도 충분히 원하는 분위기를 낼 수 있어요. 일단 디케이와 릴리즈를 넉넉히 설정했어요. 다음 킥이 나올 때까지 킥의 ‘바디’만으로도 꾸준히 곡의 에너지를 유지하는 거죠. 새추레이터를 ‘Hard Curve’ 모드로 과감하게 걸면, 소리가 깨지는 동시에 킥 샘플 트랜지언트와 바디 부분의 레벨이 거의 비슷해질 거예요. 흔히 ‘소시지’가 된다고 말하는 뚱뚱한 파형이 탄생할 수 있죠. 다만 완전히 소시지를 만드는 대신, 새추레이션을 통해 앞으로 튀어나오는 트랜지언트 구간의 길이를 늘여주는 거예요. 808은 트랜지언트가 세긴 해도 지속 시간이 짧은 편이거든요. 멀티밴드 컴프레서로는 그렇게 늘인 트랜지언트를 더욱 강조했어요. 중고역의 어택을 여유 있게 준 뒤, 높은 비율로 압축했죠. 저역은 첫 예시처럼 빠른 어택으로 넘치지 않게 잡아뒀고요. 최종적으로 웨어하우스 테크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리버브를 더했어요. 공간감이 느껴지도록 룸 사이즈와 디퓨즈는 꽤 크게, 스테레오 파라미터 값도 추가했고요. 공간이 넓으면 소리는 어둡게 들리는 경향이 있기에, 필터로 고역을 약간 제거하면 더 효과적이에요.

      SAMPLE - Hard Techno Kick Before / After

    • CREATOR RECOMMEND

      Go Dam - Alternate Dimensions

      808을 새추레이션 없이 써보자는 생각으로 드럼 패턴을 만들었어요. 특별한 프로세싱을 거치지 않은 808도 결코 부족한 소리가 아니거든요. 어택이 긴 컴프레서로 킥의 트랜지언트를 살리고, 게이트로 디케이를 조절하는 정도로 ‘오가닉’한 808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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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HWI

    HWI의 목소리는 마이크를 거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하드웨어 이펙터와 DAW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 보컬 녹음의 재발견. 

    • TIP1

      Loop and Twist

      보컬 이펙터 TC Helicon VoiceLive Touch 2(이하 VoiceLive Touch)를 사용해 녹음하는 방식이에요. VoiceLive Touch는 이펙터인 동시에 오디오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장비만으로 이미 효과를 가미한 보컬 트랙을 DAW에 녹음할 수 있죠. 우선 원하는 라인을 부른 뒤, VoiceLive Touch의 루프스테이션 기능을 이용해 짧은 보컬을 반복 재생시켰어요. 그리고 그 위에 오버더빙하듯 화음을 쌓았고요. 후반부에는 목소리에 벤딩을 주거나 손톱으로 마이크를 두드리는 등, 새로운 소리를 더했어요. 내 목소리와 마이크는 하나뿐이지만, VoiceLive Touch 덕에 여러 채널을 동시녹음하는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거죠. 참고로 VoiceLive Touch 내장 보코더를 활용하면 오버더빙 없이도 설정한 키(Key)에 맞는 목소리의 코드 레이어를 구축할 수 있어요. 끝으로 DAW에서 공간감 및 스테레오 이미지를 확장하기 위해 딜레이 타임을 좌우 다르게 준 에코 이펙트를 가미했어요.

      SAMPLE - Recording through VoiceLive

    • TIP2

      Alternate Dimensions

      2019년 발매한 EP 〈ExtraPlex〉 수록곡 ‘Where is my Exit?’의 일부를 가져왔어요. 총 6개의 트랙 구성의 파트로, 화면 캡처상 ‘Mid’ 트랙이 VoiceLive Touch를 통해 녹음한 원 소스고요. ‘High’는 같은 소스를 EQ로 고역대만 잘라 사용한 거예요. 리버브 리턴 트랙을 만들어 공간감을 더했고요. 4번과 5번 ‘Low’ 트랙은 ‘Mid’ 중 특정 구간을 편집해 저음처럼 활용했어요. 리턴 트랙 C의 더블러 이펙터 내에서 옥타브를 낮추고 ‘High’와 설정이 다소 다른 리버브를 걸었죠. L과 R로 분리해 각각 하드팬으로 위치를 정한 뒤, R 트랙의 트랙 딜레이로 스테레오감을 연출했고요. ‘Reverb’ 트랙은 말 그대로 리버브를 통과한 원 소스를 한 번 더 얹은 것, 그리고 마지막 ‘Grain’ 트랙으로 그레인 딜레이를 거친 노이즈에 가까운 효과를 추가해 봤어요. 하나의 녹음본을 복제해 넓은 주파수대역과 스테레오 필드를 커버하며 목소리를 입체적으로 들리게 꾸며본 셈이에요.

      SAMPLE - Snippet from ‘Where is my Exit?’

    • TIP3

      The Glitch Chamber

      SoundHack의 무료 플러그인 ++pitchdelay와 에이블톤 Beat Repeat 이펙터로 글리치 효과를 구현해 봤어요. ++pitchdelay는 그 이름처럼 지연시킬 소스의 피치를 조절할 수 있는 이펙터예요. 일단 녹음 원본을 DAW의 워프 기능을 사용해 늘렸어요. 보통 멜로디나 화성이 두드러지는 파형은 ‘Complex’ 모드를 주로 선택하는데, 드럼에 최적화된 ‘Beat’ 모드를 이용해 분절되는 느낌을 일부러 살려뒀고요. 거기에 ++pitchdelay로 옥타브를 낮춘 딜레이를 입혀 원래 없던 저음이 뒤따라 나오게 했어요. 그리고 Beat Repeat의 ‘Variation’ 파라미터 값을 높게 줘,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같은 부분을 반복시키는 식으로 불규칙한 리듬 패턴을 생성했죠. 아래 샘플의 ‘Dry’가 원 소스, ‘Wet’이 모든 이펙터를 거친 트랙이에요. 화면 캡처상 ‘Source’ 트랙은 피치를 올린 드라이 소스를 장식하듯 배치한 거고요. 업체eobchae의 〈The Decider’s Chamber〉 음반 첫 곡 ‘“안녕 대디”’의 도입부가 바로 이 작법으로 완성됐어요. 워프까지 마친 ‘Dry’와 ‘Wet’ 트랙을 교차 배열하듯 편곡했죠.

      SAMPLE 1,2 - [00:00] Vocal Recording (Dry) & [01:04] Vocal Recording (Wet)

    • TIP4

      Sample Yourself

      보컬 녹음본을 샘플러에 넣어 악기처럼 쓰기도 해요. 굳이 따지자면 패드에 가깝지만, 소리의 재현보다 단순히 샘플러와 미디의 이점을 차용했다 보는 게 더 알맞겠죠. 먼저 ‘Dry’ 트랙의 (보컬과 패드를 조합해 리샘플링한) 원 소스를 ‘Practice’ 트랙의 샘플러에 올리고 미디 노트를 찍었어요. 샘플러 안에서는 LFO를 피치 컷오프와 팬에 걸고, 또 다른 LFO로 첫 번째 LFO Rate를 변조해 소리가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했고요. 그리고 Glide 옵션으로 미디 노트 사이의 전환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었어요. 여기까지가 설명을 위한 예시라면, 3번 트랙 ‘ExtraPlex’는 〈ExtraPlex〉 EP에 실제 포함된 부분이에요. 화면상 노란 클립 앞쪽의 길게 연주한 노트가 1번 트랙 ‘Into the Basement’, 뒤쪽의 피치를 조절한 노트가 2번 트랙 ‘Malling with You’가 됐죠.

      SAMPLE 1,2,3 – [00:00] Sample Recording (Dry) & [00:10] Sample Recording (Practice) & [00:55] Snippets from 〈ExtraPlex〉

    • TIP5

      Pitch to Pitch

      에이블톤이 제공하는 세 가지의 Convert To Midi 프리셋 중, ‘Convert Harmony To New Midi Track’과 ‘Convert Drums To New Midi Track’ 기능을 즐겨 쓰는 편이에요. 녹음본을 미디화시켜, 편곡과 사운드 디자인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으니까요. 사실 ‘Harmony’ 옵션의 경우 여러 층으로 쌓은 보컬을 완벽히 화음으로 변환시켜주진 못하지만 틀리면 틀리는 대로 놔둬요. 배음이나 서브가 노트가 되거나, 원본을 다른 피치로 인식해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거든요. 이 예시에서는 ‘Dry’ 트랙의 파형을 컨버트한 뒤, ‘High’와 ‘Low’ 트랙으로 구분했어요. ‘High’ 쪽엔 상당히 빠른 아르페지에이터를 이용해 ‘블립’형 고음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입혔고, ‘Low’엔 그보다 피치를 낮게 설정한 신시사이저를 투입해 저음역을 맡겼고요. 단, ‘Low’ 트랙의 아르페지에이터는 Rate에 오토메이션을 걸어, 랜덤한 리듬을 부여했어요. 그렇게 보컬의 피치가 완전히 다른 악기 소리로 변모하게 되는 거죠.

      SAMPLE 1,2 – [00:00] Vocal Recording (Dry) & [00:26] Convert Harmony To New Midi Tracks (High & Low)

    • CREATOR RECOMMEND

      업체eobchae - Hello daddy.app + Jamming with daddy.app

      목소리와 AI의 음성을 3번과 5번 TIP을 비롯한 여러 작법을 이용해 변조 및 재배열한 곡(들)이에요. 덕분에 이를테면 ‘Pseudo Free Jazz’ 같은 곡이 탄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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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AEPMAH

    AEPMAH는 레코드에 녹음된 소리가 아닌 세상의 모든 진동을 샘플링한다. 턴테이블의 바늘이 읽는 그 무엇이든 비트와 음악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소리골의 음악이 다 끝나고 남은 노이즈마저.

    • STEP1

      SIGNAL THAN SOUND

      일반적 바이닐 샘플링은 원하는 소리를 레코드에서 찾죠. 혹은 일단 일부를 받고 잘라 쓰거나. 그렇게 목적을 갖고 소리를 찾는 행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이 새로운 접근의 시작이었어요. 그래서 소리 그 자체가 아닌 소리가 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게 됐고요. 그 과정을 완벽히 아는 건 아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바늘이 움직이면서 신호가 전송된다는 것이죠. 레코드에 녹음된 특정 악기 소리를 채집하는 일에서 멀어지는 대신, 바늘을 진동하게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턴테이블에 올려 실험을 한 거예요. 종이, 슬립매트 등등. 소리골이 없는 빈 레코드 면에 상처를 내고 바늘을 미끄러뜨려 ‘딱딱딱딱’ 하는 박자를 만들어보기도 했죠. 예컨대 기성 레코드의 아무 구간에 바늘을 올리고 그 아웃풋을 DAW로 받는다면, 미리 듣고 기억해두지 않는 이상 거기에 저음의 (진동수가 적은) 저주파가 있을지 고음의 (진동수가 많은) 고주파가 있을지 알 수 없어요. 단, 확신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죠. 레코드가 느리게 돌면 저주파 중심의 소리를 얻을 수 있고, 빠르게 돌면 고주파가 나온다는. 기존 33RPM, 45RPM으로 레코드를 재생해도 상관없지만, 턴테이블 작동을 멈추고 바늘만 올려둔 채 손을 모터처럼 활용하며 레코드를 돌리면 결국 입력 신호 자체를 자기가 제어할 수 있게 되죠. 즉, 원래 곡에 분포된 주파수와는 무관한 음역대 주파수를 녹음할 수 있어요. 그렇게 받은 신호를 재료 삼아 필터와 리듬 이펙터 등으로 원하는 주파수 대역에 박자를 부여하며 루프를 완성하는 방식이에요.

    • STEP2

      RECORD READY

      주파수가 가로축, 다이내믹 레인지가 세로축이라면 세로축의 움직임이 큰 레코드를 선택하는 게 좋아요. 다이내믹 레인지가 확보될수록 DAW에서 가능한 일이 많아지거든요. 이른바 원곡의 ‘그루브’를 이용할 수 있게 되죠. 주파수는 작법상 필터의 지분이 크고, 앞서 언급했듯 재생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도 있기에 레코드를 고를 때 큰 고려 대상은 아니고요. 샘플링에 적합한 레코드를 정한 뒤, DAW에 여러 트랙을 열어주세요. 이번 예시에서는 턴테이블의 (앰프나 믹서를 거친) 2채널 스테레오 인풋을 7개 트랙에 동일하게 받도록 설정했어요. 손으로 레코드를 컨트롤하기보다는 원래 속도 그대로 받았고요. 실제 음악이 담긴 영역이 아닌, ‘런아웃 그루브’라 불리는 레코드 맨 안쪽에서 바늘이 머무르며 도는 부분의 노이즈를 사용했어요. 주의할 점이라면, 녹음 전에 미리 각자 트랙이 맡을 임무를 정해두는 게 좋아요. 이를테면 1번과 2번은 저음역, 3번은 중음역, 4번은 고음역을 담당하는 거죠. 저음역용 트랙이라면 로우패스 필터를 걸고, 중음역이라면 밴드패스 필터를 쓰면 되겠죠. 현재 턴테이블에서 재생하는 레코드의 신호가 그대로 들어오는 중이고, 다시 말해 ‘프리 플로우’에 가까운 노이즈가 입력되고 있기에, 트랙별로 원하는 리듬을 부여할 이펙터도 취향에 따라 배치해 두세요. 필터에 달린 LFO나 게이트 등을 활용할 수 있어요. 그 리듬의 빠르기는 DAW의 BPM을 따르겠죠. 박자 또한 마찬가지로 DAW에서 설정한 값이 기준이 될 테고요.

      SAMPLE - RUNOUT GROOVE NOISE INPUT

    • STEP3

      GET LOW

      ‘STEP2’의 스펙트럼에서 확인할 수 있듯, 노이즈는 주파수 전대역에 걸쳐 분포되어 있죠. 이번 예시에서는 트랙명 L1에서 L4까지, 네 트랙을 저음역 담당으로 열어뒀어요. 1번부터 3번까지는 거의 동일한 플러그인을 걸었고요. 우선 서브 하모닉 신시사이저로 노이즈 중 특정 대역을 차용해 해당 주파수의 ‘서브(SUB)’를 생성했어요. 서브라고 꼭 초저역대를 뜻하는 건 아니고, 옥타브 아래 서브 배음을 만들어주는 거죠. 1번 트랙이 49Hz와 51Hz, 2번 트랙이 그 두 배인 98Hz와 102Hz, 3번 트랙이 196Hz와 204Hz의 정확한 소리를 내도록 설정했어요. 1번부터 3번 트랙까지 차례로 쌓으면 1번이 기음, 2번과 3번이 배음 기능을 하는 단단한 저음이 완성되겠죠. 신시사이저의 DRY/WET 설정을 WET 100퍼센트로 둬, 원래 노이즈가 가진 주파수는 사라지게 했고요. 다음으로는 필터. 이미 서브 하모닉 신시사이저로 음역대 구분을 마쳤기에, 필터는 내장된 LFO와 엔벨로프로 리듬을 구축하는 역할이에요. 컷오프 주파수는 매우 낮게, 엔벨로프의 디케이를 상당히 짧게 설정해 ‘펀치’한 소리를 구현한 후, 날카롭게 치고 빠지는 톱니파 LFO의 주기로 트랙별 리듬을 정해줬죠. 1번은 킥처럼 4분음표당 한 주기, 2번은 8분음표당 한 주기, 3번은 셋잇단 4분음표당 한 주기씩 돌도록. 덕분에 세 트랙의 필터가 각기 다른 타이밍에 열리며, 복합적인 ‘그루브’가 생기게 돼요. 마지막으로 4번 트랙은 서브 하모닉 신시사이저 대신 EQ로 원하는 주파수 대역을 살리고 트랜지언트를 강조했어요. 필터로 리듬을 만드는 절차는 동일하고요. 다른 트랙과의 차이라면, 기존 저음역 트랙들은 숫자까지 지정한 주파수의 소리가 나오지만, 4번 트랙은 좀 더 넓은 범위의 대역을 이용한다는 점. 부정확함의 묘미를 더하는 거죠.

      SAMPLE - TRACK 1 ~ TRACK 4

    • STEP4

      WALL OF PERCUSSIONS

      5번부터 7번 트랙은 퍼커션과 신시사이저처럼 사용했어요. 5번 트랙의 입력 신호는 EQ로 저역대 일부만 통과시킨 뒤, 피치를 올렸죠. 그리고 트랜지언트 셰이퍼를 걸어 ‘어택감’을 살렸어요. 그리고 필터의 LFO로 리듬을 구성했고요. 다만 컷오프 주파수가 저음역 담당 트랙들보다 높고, 레조넌스도 추가했죠. 중음역대를 맡고 있기에, LFO의 주기가 좀 더 빨라요. 셋잇단 8분음표 정도. 6번 트랙은 같은 퍼커션이지만 스테레오 필드를 넓게 쓰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일단 모노(미드) 신호를 없애고 사이드 신호만 남긴 뒤, 5번처럼 EQ로 원하는 대역만 추려 새추레이터로 배음을 끌어올렸죠. 거기에 리버브를 추가하고, 테이프 새추레이터의 ‘플러터’와 ‘와우’ 파라미터를 조절해 불규칙성을 더했고요. 더불어 지금까지는 필터 LFO로 리듬을 만들었다면, 이번엔 게이트를 활용했어요. 프리셋을 살펴보며 뼈대가 되는 저음역 리듬과 어울리는 것을 골랐죠. 마지막으로 스테레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코러스 플러그인도 넣었어요. 신시사이저 역할을 하는 7번 트랙은 여러 모듈레이션이 핵심이에요. 퍼커션만으로 심심하지 않게, 피치 시프트나 이른바 ‘선풍기 효과’ 등으로 움직임을 만든 거죠. 특히 오토 팬 덕에 소리가 좌우를 오가는 게 재미있어요. 선풍기 효과만으로도 리듬감이 생기지만, 마지막에 게이트를 하나 더 넣었어요. (리미터와 코러스 등을 제외하고) 모든 채널의 마지막 단에 리듬을 담당하는 플러그인을 배치해, 앞에서 무슨 짓을 하든 결국 DAW의 BPM에 종속되는 루프가 탄생하도록 한 거죠.

      SAMPLE - TRACK 5 ~ TRACK 7

    • STEP5

      BACK AT ONE

      ‘STEP4’까지는 인풋 신호엔 아무 변화가 없었어요. 동일한 노이즈가 계속 들어오고 있었고. 루프라면 충분하겠지만, 한 곡을 완성하려면 어느 정도 전개가 필요하겠죠. 몇 가지 방법을 택할 수 있어요. 첫째로 레코드 한 면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흐르게 두는 거예요. 음악 자체의 다이내믹과 주파수를 활용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죠. 두 번째로는 처음에 설명한, 턴테이블의 인풋 신호를 직접 제어하는 방법이 있을 테고요. 턴테이블을 주먹으로 쳐보거나, 백스핀을 해보거나, 바늘을 건드려보는 거죠. 금기는 없어요. 혹은 반대로 DAW의 BPM을 계속 바꿔보는 것도 좋아요. 좀 더 자유로운 형식의 곡이 나올 테고요. 플러그인이 익숙해졌다면, 하드웨어 이펙터를 연결해 노브와 페이더의 이점을 누려보세요. 상황에 따른 모듈레이션 혹은 오토메이션을 구현해보는 거예요. 바늘과 신호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해요.

      SAMPLE - FINISHED LOOP

    • CREATOR RECOMMEND

      STRM Live / Aepmah, Kim Oki


      2018년, 김오키와의 라이브 영상이에요. 턴테이블 세 대를 이용해, 예시와 동일한 방식으로 샘플링을 실연했어요. 턴테이블을 두드리고, 재생 속도를 계속 바꾸는 등 여러 시도를 해봤죠. DJ 믹서의 EQ와 이펙터도 함께 사용했고요. 스피커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의도도 포함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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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Simon Davis

    지금 한국에서 출시된 신시사이저가 있다. Simon Davis는 제주도에 살며 악기를 만든다. 그는 취미라 했지만, 그 말은 신시사이저가 열렬한 애칭으로서 장난감이라 불리는 일과 비슷할 것이다. 그에게 ‘메이드 인 코리아’ Electrotechnique TSynth와 신스 제작에 관해 물었다.

    •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Simon Davis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지낸 지는 몇 년 됐고, 지금은 제주도에 살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이가 많을 거예요. 하하.

      Electrotechnique TSynth는 어떤 신시사이저인가요?
      25달러짜리 마이크로콘트롤러를 탑재한 저가형 DIY 신시사이저입니다. 하지만 가격으로만 평가할 수 없을 만큼 ‘파워풀’한 기기이고요. PJRC라는 회사가 여러 애호가와 함께 개발한 오픈 소스 오디오 라이브러리를 이용한 제품입니다. 본질은 버추어 아날로그로 구분할 수 있지만, 웨이브테이블 혹은 FM 신시사이저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신시사이저 제작에 뛰어들게 됐나요?
      몇 년 전 Jasper 사의 부품 키트로 신시사이저 조립을 시도해본 적이 있습니다. 상당히 까다로웠고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하하. 그러다 틴지(Teensy) 마이크로콘트롤러 플랫폼을 접했습니다. 상당히 다양한 기능의, 유연한 신시사이저를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간단한 모노 신스로 출발해, 결국 지금과 같은 다기능 폴리포닉 신시사이저에 도달했고요. 2019년 연말경, 표준화된 PCB 보드를 만들어 제공할 수 있다면, 이 제품을 출시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PCB 디자인을 독학하고 핵심 SMD 부품의 납땜을 마친 보드 및 키트를 시장에 내놓게 됐죠.

    • 하필 왜 한국, 제주도에서인가요?
      배우자와 제주도에 이미 몇 년째 살고 있었거든요.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멋진 지역입니다. 사실 신시사이저 제작은 제 취미에 가깝습니다. 다른 관심사도 많은 편이고요.

      24 오실레이터 디튠, 유저 웨이브폼, 크로스 모듈레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TSynth의 가장 돋보이는 기술적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소리를 저장하고 이름까지 붙일 수 있는 점을 꼽고 싶네요. 이 가격대의 신시사이저에서는 드문 기능이죠. 더불어 TSynth는 USB 연결을 통해 미디 데이터와 사운드 둘 다 전송이 가능합니다. 대체로 상당히 고가의 신시사이저에서만 구현되는 방식이고요. 가격대비 최고의 가치가 있는 데스크톱 신시사이저라 생각합니다.

      사운드의 측면에서는 어떤가요?
      실제 음악을 만들 때 사용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소리가 좋습니다. 재미만을 위한 DIY 제품이 아니라는 말이죠. 일반적으로 디지털 신시사이저는 수치에 맞춰 파형을 생성할 경우, 에일리어싱에서 비롯된 왜곡된 사운드를 수반합니다. 하지만 실제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의 구형파(Square Wave)는 완벽한 사각형이 아니죠. 그러니 불필요한 노이즈가 생기지 않고요. 즉, 디지털 신시사이저는 설계 단계에서 상당한 주의를 요합니다. (디지털 신시사이저인) TSynth는 오픈 소스를 활용하고 있고, 저뿐 아닌 다른 출중한 개발자들이 코드를 더욱 발전시켜주길 희망합니다.

    • 전면 패널, 주요 부품의 납땜을 완료한 PCB 보드 등의 ‘키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물론 몇 가지 부품을 따로 더 구매해야 하긴 하지만, 완성품을 만들어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도 있을 텐데요, 왜 그렇게 하지 않나요?
      키트 형태로 제작하면 우선 원가가 절감됩니다. 소비자가 더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죠. 더불어, 구매자가 원하는 곳에서 나머지 부품을 구해 희망하는 형태로 조립할 수 있고요. 제작자로서 완성품이나 조립에 필요한 모든 ‘키트’를 만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공들인 만큼 값이 오를 수밖에 없죠. 저는 TSynth에 300달러 이상의 가격을 매기길 원치 않습니다. 물론 완성품을 만들어 파는 리셀러들이 있긴 합니다.

      예컨대 전설적 드럼 신시사이저 Syncussion SY-1의 클론 제품 SY-1M 또한 ‘키트’로 판매하기에,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잦습니다. TSynth 조립(과 납땜)을 위한 팁을 줄 수 있나요?
      조립 가이드를 잘 읽어보세요. 그리고 만약 납땜용 인두를 처음 써보는 거라면, 혼자 완성하려 하지 마세요! TSynth는 애초에 전자장치 애호가들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제품입니다. 조립 후 생기는 대부분의 문제는 납땜 과정의 실수에서 비롯되거든요.

    • 한국에서 주문이 들어온 경우도 있나요?
      없습니다. 아직 많이 알려진 것 같지 않고요. 점차 전 세계 구매자들이 조립을 마치면서, 최근 웹상에 영상과 관련 논의 등이 늘어나고 있긴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TSynth는 미국과 유럽의 유통처를 통해 판매되는 중입니다.

      관심을 가진 한국 로컬 음악가나 전자음악 관련 움직임이 있나요?
      아무래도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K-Pop을 제외한 한국의 로컬 음악을 접하긴 어렵습니다.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몇몇 사람이 모여 모듈러 신시사이저를 설치하는 것을 본 적은 있습니다. 서귀포의 한 음악가가 노이즈 음악을 만든다는 것을 알고요. 아쉽지만 일단은 이 정도입니다.

      구매자로부터 받은 가장 인상적인 피드백은 뭔가요?
      한 이탈리아 구매자가 네 편의 긴 영상을 업로드한 적이 있어요. 누군가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 만한 제품이 되었다는 점에서 기쁩니다. ‘TSynth Builders and Users Group’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의 탄생도 인상적입니다. 저 없이도 신시사이저가 스스로의 생명력을 얻은 셈이죠.

      TSynth의 제작에 큰 영향을 준 신시사이저를 꼽는다면요?
      지난 몇 년간 상당히 많은 신시사이저를 살펴봤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소형 데스크톱, 미디 입출력 기능과 다양한 제어 장치 및 음향적 가능성을 지닌 기기를 좋아하고요. TSynth에는 다양한 신시사이저의 유전자가 담겨 있습니다. 종종 데모 영상 등을 보다가 과연 제가 ‘코드 유니즌’ 모드 같은 기능을 어떻게 추가하게 된 걸까 생각해보곤 해요. 아무래도 크고 유명한 회사보다는 작고 개성 있는 개발사의 신시사이저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 한국의 전자음악가들 사이에서도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첫 신시사이저’로 TSynth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어떤 제품을 권하고 싶나요?
      글쎄요. 일단 조립해야 하니, 모든 사람을 위한 신시사이저라 말하긴 어렵겠죠. 그보다 Korg Minilogue나 Arturia 사의 제품을 권하고 싶습니다.

      어떤 소리가 필요할 때, 혹은 악기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때 TSynth를 구입하면 좋을까요?
      TSynth는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소리를 냅니다. 베이스 용도의 강력한 저음, 퍼커시브한 사운드, 일반적인 스트링과 브라스 등등. 오실레이터와 여러 모듈레이션을 창의적으로 조합해 실험적 파형을 만들 수도 있고요.

      한편 로터리 믹서를 비롯해 ‘부티크’ 악기 및 음향 장비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시사이저 제작을 꿈꾼다면, 단순히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전기전자 관련 전공을 선택하는 방법 외에 어떤 식으로 그 공정을 배워나갈 수 있을까요?
      저는 제 다른 관심사와 마찬가지로 전자공학을 독학했습니다. 전자 이론, 사운드 신서시스, 공학 기술 등에 대한 지식을 익혀야겠죠. 경험만큼 훌륭한 선생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들일 의지가 있다면 어떤 학위도 필요치 않다고 말하고 싶네요.

      신시사이저 제작을 경험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할 장비와 서적을 추천해줄 수 있나요?
      책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죠. 인터넷에서 더 많은 영상과 도식을 찾아볼 수 있고요.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만들고 싶다면, 특히나 전자공학에 대한 강한 흥미와 지식이 필요합니다. 신시사이저 개발자들은 전자공학에서 출발해 신시사이저 제작에 뛰어든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 반대는 상당히 드물죠. 디지털 신시사이저는 그보다 프로그래밍의 비중이 더 큽니다. 물론 전자공학에 대한 개괄적 이해는 기본이고요. 아두이노(Arduino) 같은 마이크로콘트롤러를 다루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한 대의 신시사이저를 제작하며 얻는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인가요?
      유감스럽게도, 신시사이저에는 끝이 없습니다(웃음). 언제나 뭔가 더 할 일이 남아있죠. 다만 누군가 자신이 제작한 신시사이저로 음악을 만든다면, 그것을 끝으로 여길 수는 있겠습니다.

      Electrotechnique의 사명으로 TSynth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가령 DRM1의 Vermona, Tanzbar의 MFB 등 해외의 ‘부티크’ 신스 제작사처럼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도 있나요?
      또 다른 디지털 신시사이저, 그리고 새로운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에 대한 계획이 있습니다. 그 외 다른 제품에도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고요. 하지만 모든 제품은 ‘파트’를 제공하는 DIY의 방식을 택할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 신시사이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프리셋을 너머 자기만의 사운드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신시사이저가 이상적이라 생각합니다. (버튼식이 유행하다) 90년대 초 다시금 페이더와 노브(Pot)가 달린 신시사이저가 부활한 현상을 좋은 예로 들 수 있겠죠. 저의 첫 신시사이저는 야마하 DX21였습니다. 페이더와 노브가 없는 모델이라, 악기를 최대치로 사용하기 위해 상당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당시 TSynth가 시판 중이었다면, 그걸 사지 않았을까요?

      *TSynth의 공식 소개 영상을 통해 자세한 기능과 소리를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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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WONA

    신예 프로듀서 WONA에게 앰비언스는 분위기 그 이상이다. 앰비언스 샘플링이 아닌, 샘플링으로 나만의 앰비언스를 만드는 방법.

    • STEP1

      Sample for Ambience

      909 라이드 샘플을 골랐어요. 꼭 드럼 샘플이 아니어도 되지만, 아무래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라이드 샘플은 피치가 높은 편이죠. 그래서 앰비언스 용도에 걸맞게 파형을 길게 당기면 피치가 떨어지는 동시에 재미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원래 피치가 낮은 샘플은 더 늘리면 가청주파수대를 벗어나는 경우가 잦아, 상대적으로 자유도도 높고요. 물론 에이블톤의 워프 기능을 사용하면 피치를 유지한 채 샘플 길이만 조절할 수 있지만, 먼저 샘플의 자연스러운 상태 그대로를 이용해 보는 거예요. 이번 예시처럼 기존 샘플팩에서 적절한 샘플을 찾아도 되고, 익숙해지면 직접 녹음한 샘플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아요. 금기시하는 피크 뜬 샘플조차 흥미로운 재료가 될지 몰라요.

      SAMPLE - 909 Ride Cymbal

    • STEP2

      Time Warped

      4옥타브 정도 피치를 내렸어요. 샘플이 길어졌죠. 저음에 어택이 강한 샘플이 된 셈이니, 페이드 인으로 도입부를 부드럽게 하고 EQ로 저역대도 깎아줬어요. 단, 이미 피치를 끝까지 조절한 샘플이라 이 상태에서 워프하면 더 이상 길이를 늘이거나 피치를 내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콘솔리데이트 기능으로 현재 피치를 클립의 기본 피치로 만들어준 뒤, 워프 스위치를 켰어요. 이제부터 하단 샘플 에디터를 보며 원하는 지점에 워프 마커를 입력해보는 거예요. 찍어둔 워프 마커를 기준으로, 그 사이사이 구간의 파형을 줄이거나 늘일 수 있죠. 그럴 때마다 피치는 고정된 채로 왜곡된 소리가 생겨요. 파형 전체의 길이를 조절하는 것이 아닌, 한 파형 내에서 타임라인 구조를 변형시키는 거죠. 맘에 드는 소리를 찾았다면, 다시 트랜스포즈 노브로 피치를 조절할 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여러 워프 모드 중 ‘Texture’ 모드를 이용해 보세요. ‘Grain Size’ 값에 따라 에이블톤이 워프 연산시 임의로 구분해둔 입자의 크기가 바뀌고, ‘Flux’ 패리미터를 조작하면 거기에 무작위성을 더할 수 있어요. 거친 앰비언스를 표현하는 데 요긴하게 쓰이는 기능이죠.

      SAMPLE - 909 Ride Cymbal Transposed and Warped

    • STEP3

      The Automatic Box

      클립 뷰 하단에 ‘Envelope Box’ 스위치를 누르면 우측에 클립 엔벨로프 박스가 열려요. 타임라인 구조가 변형된 샘플의 각종 패리미터를 이 박스의 모듈레이션 기능을 이용해 오토메이션(모듈레이션)하는 거예요. 두 번째 드롭다운 메뉴에서 모듈레이션을 줄 패리미터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전 단계에서 언급한 트랜스포즈나 Grain Size, Flux 모두 그 대상이 될 수 있죠. 해당 값을 하나의 고정 수치로 지정해도 무방하지만, 계속 변화시키면 더 역동적인 앰비언스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특별한 규칙은 없어요. 브레이크포인트를 지정하고 엔벨로프를 꺾고 구부려가며 이상적인 지점과 변화량을 찾아보세요. 이번 예시에서는 상기 세 패리미터 모두에 모듈레이션을 적용했고, 비유하자면 징 소리에 가깝던 앰비언스가 바람 소리처럼 바뀌었어요. 곡 전체에 사용한 앰비언스 샘플이 있을 경우, 클립별로 오토메이션(모듈레이션)을 다르게 하면 하나의 샘플로도 다채로운 인상이 생기겠죠.

      SAMPLE - Pitch, Grain Size, Flux Modulated

    • STEP4

      Dynamic Echo

      이펙터로 앰비언스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어요. 우선 짧은 에코를 걸고 피드백을 높게 주면 소리가 반복 및 중첩되어 입체감이 생기죠. 애초에 모노 샘플을 사용했기 때문에, 핑퐁 딜레이 효과를 추가해 스테레오 감을 더했고요. 이어서 에코 이펙터의 모듈레이션 탭을 클릭해, 코러스처럼 LFO로 딜레이 타임을 변조했어요. 다만 LFO의 좌우 위상은 좁게 설정해 과하지 않게. 위상이 180도에 가까워질수록 이른바 ‘붕 뜬’ 소리가 나는데, 약간의 위상차로도 공기가 회전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엔 충분하거든요. 다음 단엔 컴프레서를 상당히 깊이 걸었죠. 작은 소리가 더 커져, 입체적이지만 다이내믹이 균일한 앰비언스를 완성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쉘빙 EQ를 꺼내와 고역대를 눌러줬어요.

      SAMPLE - Modulated Sample with Effects

    • STEP5

      Finish Line

      편곡까지 마친 앰비언스 트랙과 드럼 그룹을 합쳐봤어요. 함께 들어보니 앰비언스의 음역대가 다소 높은 느낌이라, 한 번 더 트랜스포즈로 샘플의 피치를 낮춰줬죠. 그리고 동일한 앰비언스 샘플을 복사해, 아래 새로운 트랙에 붙였어요. 길이를 쭉 늘이고 피치도 더 내렸죠. 더불어 EQ로 저역대만 남기고 고역을 거의 잘라내, 일종의 ‘서브 앰비언스’ 역할을 맡겼어요. 킥 드럼이 나올 때마다 컴프레서가 동작하도록 외부 사이드체인을 활성화해뒀고요. 덕분에 기존 드럼과의 조화는 물론 앰비언스지만 꽤 역동적으로 들리죠. 중고음부 앰비언스 또한 중간에 반복되는 루프를 넣어, 나름의 전개를 연출했어요. 앰비언스라고 꼭 배경 역할만 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충분히 악기처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어요.

      SAMPLE - Beats and Ambience

    • CREATOR RECOMMEND

      WONA - Amylase [mixtape]

      2019년 크리스마스에 공개한 17분가량의 믹스테이프예요. 여섯 곡 정도를 엮었는데, 앰비언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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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Two Tone Shape

    컴퓨터 없이 전자음악 하기, Two Tone Shape가 말하는 ‘Dawless’ 스튜디오의 구축.

    • STEP1

      Step by Step

      일단 Daw의 다양한 기능을 하드웨어 장비에 분배해야겠죠. 어떻게 시퀀스를 만들고 나열할지 정하는 게 그 출발점일 테고요. 모두 작법이 다를 텐데, 크게 나누면 타임라인에 맞춰 리니어한 시퀀싱을 하는 쪽과 루프를 완성한 뒤 그것을 불리거나 펼치는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을 듯해요. 그러니 하드웨어 시퀀서 또한 자신의 작법에 알맞은 쪽으로 골라야겠죠. Daw처럼 모든 일을 한꺼번에 다 해내는 장비는 드무니까요. 전자라면 MPC 계열이나 NI 사의 머신 플러스처럼 타임라인이나 ‘그리드’를 짤 때 자유도가 높은 시퀀서가 좋을 거예요. 리얼타임 입력도 편하고. 후자라면 저희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옥타트랙 같은 스텝 시퀀서를 권하고 싶어요. 단순한 스텝 시퀀서라 부르기엔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는 기기지만, 기본 작동방식은 전통적 스텝 시퀀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사실 불편할 때도 있는데, 그 불편함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도 해요. 너무 옵션이 많으면 산만해지기도 하잖아요. 옥타트랙으로 시퀀싱을 하게 되면, 어쨌든 8트랙 안에서 뼈대를 완성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요. 필요 없는 것들을 제외하고, 적은 소스로 최대치를 끌어내는 거죠. 그렇게 트랙을 구축하면 라이브를 고려했을 때도 무리가 없어요. 샘플러 기능도 있으니 플레이백을 위한 다른 샘플러나 컴퓨터도 필요하지 않죠.

    • STEP2

      Mono Rules

      시퀀서를 골랐다면, 이제 악기를 살펴볼 차례죠. 전자음악을 만들 수 있는 장비는 무궁무진하지만, 우선 모노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 각 한 대로 시작해보세요. 모노 신시사이저는 한 번에 하나의 노트만 연주할 수 있어요. 폴리포닉 신시사이저처럼 화려한 화음을 쌓을 수는 없어도, 전자음악의 핵심인 소리의 질감을 만들어가는 연습을 하기에 적절하죠. 꼭 필요한 과정이고요. 숙달되면 모노 신시사이저로도 배음을 다뤄 화음에 버금가는 소리를 구현할 수 있어요. 드럼머신은 Daw의 이른바 ‘드럼 랙’을 주로 사용하던 프로듀서에겐 꽤 새로운 접근일 거예요. 정해진 소스 안에서 드럼 패턴을 완성해야 하니까요. 대신 드럼을 리듬악기 이상의 역할로 쓸 수 있어요. 베이스라인에 모듈레이션을 걸듯, 노브를 돌려가며 변주하는 거죠. 더불어 아무리 노브나 버튼을 조절해도 특정 범주 내의 소리가 보장돼요. 한 악기에서만 발생하는 일종의 ‘글루’ 같은 거죠. 대표적으로는 롤랜드 TR-909의 킥과 스네어와 클랩이 겹칠 때 그 특유의 불규칙한 마스킹 효과가 있겠네요. 여기에 이펙터를 추가하고 싶다면 풋 페달. 가격도 저렴하고, 드라이브 계열과 공간계열 하나씩 갖춰두면 요긴하게 쓰일 거예요.

    • STEP3

      MIDI Sheet

      연주자를 모았으면 악보를 나눠줘야겠죠. MIDI는 전자악기에 연주 명령을 내리는 일종의 언어예요. 시퀀서의 MIDI OUT 포트를 통해 미리 짜놓은 연주나 패턴을 악기의 MIDI IN 포트로 전송하는 거죠. 또한 MIDI는 한 포트당 16개 채널을 배정할 수 있어서, 악기의 MIDI THRU 포트를 이용하면 별도의 장비 없이 동시에 여러 악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예컨대 모노 신시사이저는 1번 채널, 드럼머신은 2번 채널로 설정한 뒤 한 대의 시퀀서에서 두 채널로 각기 다른 연주 정보를 보내는 거죠. 가장 간단히 연결할 경우, 시퀀서의 MIDI OUT에서 모노 신시사이저의 MIDI IN, 그리고 신시사이저의 MIDI THRU에서 드럼머신의 MIDI IN으로 케이블을 꽂으면 돼요. 만약 드럼머신처럼 내부 시퀀서가 포함된 악기를 옥타트랙 같은 시퀀서와 동기화 주행하고 싶다면, ‘싱크’ 기능을 활용해 보세요. 옥타트랙의 타이밍 신호인 MIDI CLOCK을 다른 악기에 전달하는 개념이라 볼 수 있어요. 각자 자기가 그린 악보를 쓰되, 연주 시점을 일치시키는 거죠. 연결에 익숙해지면, MIDI의 ‘프로그램 체인지’ 기능을 써보세요. 시퀀서의 해당 명령어로 특정 구간에서 악기의 프리셋을 교체할 수 있는데, 덕분에 한 대의 악기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요.

    • STEP4

      Mixture Texture

      테이프 레코더를 이용하거나 Daw를 단순한 녹음기처럼 쓰는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믹서의 역할이 커져요. 녹음을 위한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인풋 채널이 충분하지 않다면, 거의 필수로 사용하는 장비이기도 하고요. 모든 악기를 믹서의 인풋단에 연결해놓고, 시퀀서로 한 악기씩 신호를 보내 순차적으로 녹음을 받는 거죠(캐비넷). 그런데 간혹 이왕 하드웨어 셋업을 구축한 김에, 아예 믹서에서 투트랙 스테레오로 ‘서밍’하는 방식을 택할 때도 있어요(글라스 캣). 하드웨어 믹서에서 정말로 믹싱을 끝내는 거죠. 그럴 땐 EQ를 꽤 과감하게 만지는 편이에요. 베이스는 고음역을 아예 잘라버린다거나. AUX SEND 단자에는 리버브를 연결해뒀죠. AUX SEND 단자는 주로 이펙터로 소리를 보내는 역할을 해요. 후작업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믹서 자체의 사운드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도 있어요. 헤드룸 끝까지 레벨을 끌어올려 새추레이션 효과를 기대한다거나. 저(글라스 캣)는 드럼머신을 비롯한 리듬 파트를 주로 맡는데, 믹서에서 한꺼번에 눌려 나오는 소리만의 매력이 있어요. 당연히 믹서 이전의 신시사이징에 더 공을 들여야겠죠.

    • STEP5

      On Air

      앞서 잠시 언급했듯, ‘Dawless’ 환경이라도 녹음은 Daw에 받는 경우가 많죠. 거기서 Daw를 제외하면 자연스레 라이브 셋업이 되는 거고요. 실제 음반 제작할 때는 Daw에 녹음한 트랙에 플러그인 등을 활용하는 편이지만, 라이브 셋엔 그런 게 없죠. 물론 음반 레코딩을 라이브를 감안해 진행하진 않아요. 그보다 일부러 둘 간의 차이를 두는 편이고요. 일단 다 만들어놓고, 이걸 Daw가 없는 라이브에서 어떻게 실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거예요. 단, 너무 꽉꽉 채우면 즉흥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요소가 줄겠죠. 시퀀서가 굵직한 연주를 조종하되, ‘라이브적’인 면모를 더해보세요. 갑작스러운 전환에 용이한 크로스페이더가 달린 장비나 라이브에 최적화된 디제이 믹서를 이용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방법이고요. 그렇게 원곡과 다른 라이브 버전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어요.

    • CREATOR RECOMMEND

      Two Tone Shape - Constant

      드럼머신과 신시사이저 즉흥연주로 아이디어를 쌓아 완성한 곡이에요. 서로 소리를 주고받으며, 곡이 스스로 진행되는 듯한 인상이랄까요. 하드웨어 중심 작법의 즐거움이 잘 드러난 곡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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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벤코

    VCR02의 벤코가 UK 훵키를 만드는 방법과 태도.

    • TIP 1

      Chop The Beats

      장르의 경계가 희미한 요즘이지만, 댄스 음악의 리듬 패턴은 불가침 영역이에요. 리듬의 기본 요소, 킥과 스네어의 배치는 댄스 음악의 장르를 규정하죠. UK 훵키의 리듬 패턴도 마찬가지로 고유해요. 한 마디를 1/16로 나누어 볼게요. 킥은 정박자이지만, 스네어는 4, 7, 12, 15에 와요. ‘four on the floor’의 하우스와 변칙적인 아프로 리듬이 만나 생긴 장르이기 때문이죠. BPM은 130 언저리로 약간 빠르게 설정하는 게 보통이지만,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다양하게 실험해보세요. 재생 속도를 조금 늦추면 자메이카 댄스홀의 느낌을 내는 게 UK 훵키의 또 다른 매력인 것처럼요.

      A: 기본적인 UK 훵키의 리듬 뼈대를 구현한 킥과 스네어

    • TIP 2

      Season The Beats

      리듬 패턴을 정했다면 이제 조미료를 뿌려야죠. 하이햇, 퍼커션, 콩가 등의 가상 악기로 살을 붙이고 긴장감을 더했어요. 킥 위에 다른 악기를 덧입히는 간단한 처리도 좋지만, 리듬 패턴에 싱코페이션을 추가하는 게 효율이 높아요. 저는 1, 3포인트 직전의 박자를 잘게 쪼개고 당긴 후, 봉고를 연주해 넣었어요. 질서정연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정직하게 떨어지는 킥을 기준으로 랜덤하게 타악기 소스를 조합해보세요. 싱코페이션에는 ‘예상하지 않은 일을 한다’는 뜻도 있거든요. 물론 말이 되는 선까지만요. 수직으로 쌓지만 말고 오른쪽, 왼쪽도 봐주세요. 팬(Pan) 노브를 돌려 소리의 좌우 위치를 조절하는 ‘패닝’으로 곡에 스테레오 공간감을 부여할 수도 있죠. 사소한 변화 같아도 댄스 플로어의 반응은 하늘과 땅 차이예요.

      A: 하이햇, 퍼커션, 콩가 그리고 봉고 샘플 모음
      B: 드럼 샘플을 더하고 패닝을 준 리듬 패턴

    • TIP 3

      Spice It Up

      댄스 플로어를 설득하는 힘, 무거운 ‘어택감’은 UK 훵키의 생명이에요. 무턱대고 키운 음량이 아닌, 울림을 다듬어서 얻는 강함을 말하는 거예요. 어택을 강조하는 방법은 많지만, 컴프레서로 살리는 접근이 가장 손쉬워요. 일단, 리듬 패턴의 채널들을 모아 하나의 Buss 그룹으로 묶고 컴프레서에 물려주세요. 저는 Nomad Factory 사의 BT Compressor CP2S-3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어택 타임은 한계까지 올리는 동시에 릴리즈 타임는 0으로 내렸죠. 그렇게 서스테인 같은 군더더기가 없는, 단단한 어택만 남는 거예요. 컴프레서를 강하게 건 소리는 프로답지 못한 질감이기 십상이에요. 하지만 BT Compressor CP2S-3은 압축되어 빈약한 소리도 따뜻하게 포장하는, 추천할만한 프로그램이에요.

      A: BT Compressor CP2S-3으로 어택감을 살린다면

    • TIP 4

      Simplicity Is The Key

      리듬 패턴이 주인공인 장르인 만큼, UK 훵키의 멜로디 비중은 작아요. 그마저도 리듬 패턴의 일부로서 배치하는 경우가 많죠. 'VCR02'의 UK 훵키는 웅장하려 하고 저는 브라스, 플루트, 마림바 샘플 등으로 전체 곡의 분위기를 잡아요. 예시에는 첫 번째 킥 위에 F#m 코드로 브라스를 연주해 올렸어요. 이야기를 전부 하기보다 ‘딱’ 요점만 짚는 태도로요. 많은 악기를 쌓을 필요는 없어요. 리듬 패턴 위를 벗어나거나 화려한 코드 진행은 공들여 살린 드럼 그루브를 조연으로 만들기 쉬워요. 허전하다 해도 그 정도가 적당해요. 춤을 추는 사람들의 호흡을 위해 곡 안에 쉼표를 두는, 댄스 음악 프로듀서의 배려일 수도 있어요.

      A: F#m의 브라스 샘플을 얹은 리듬 패턴

    • TIP 5

      Funk It Up

      감각적이지 않다면 UK ‘훵키’가 아니죠. 저는 중심을 잡아주는 킥에만 서브 베이스를 걸어두고 잘 어우러지도록 이퀼라이저를 조절했어요. 킥에 씌우는 서브 베이스의 음 높낮이는 트랙의 코드 진행과 같도록 맞춰주세요. Cm 코드라면 도(C), Gm 코드라면 솔(G)로요. 부족하다면 그라임 문법의 베이스 연주를 더해보세요. 영향을 주고받는 장르이니 위화감이 없고, 곡의 부족한 멜로디 부분을 밑에서 받쳐주는 효과도 있어요. Footsie의 'King Original, Vol.5' 앨범은 두 장르의 접점을 짚은 ‘클래식’이니 베이스 라인 구성을 위해 참고해봐도 좋아요. 저는 C3, D#, G2, D3를 예시로 넣어봤어요. 곡의 클라이맥스를 가리키는, 복선을 깔았죠.

      A: 메인 베이스 라인
      B: UK Funky Sample Beats

    • CREATOR RECOMMEND

      TSVI - Pull Up (Original Mix)

      다섯 팁에서 설명한 포인트가 분명한, 간단하지만 매우 UK 훵키다운 트랙이에요. 중간에 리듬 패턴이 살짝 뒤틀리는데, 머리가 이해하기 전에 몸이 먼저 따라가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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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살라만다

    살라만다의 반쪽, 예츠비가 제안하는 전자음악 장르별 코드와 화성.

    • TIP1

      In My House

      디스코와 하우스는 긴밀한 관계죠. 하지만 디스코는 대체로 보컬이나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가 있어서, 코드를 맡은 악기는 그런 멜로디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하우스는 진행이 복잡하진 않지만, 코드 자체가 전개의 주축이 되곤 하죠. 여러 코드를 쓰는 것도 방법이지만, 하나의 코드를 쭉 자리바꿈하며 사용하는 방식도 효과적이에요. 당연히 진행을 더 쉽게 떠올릴 수 있고요. 딥하우스를 비롯한 하우스에서는 마이너 코드를 즐겨 쓰죠. 포함한 예시는 Cm7(C, Eb, G, Bb) 코드의 9음(D), 11음(F), 13음(A)을 쌓은 뒤, 근음을 제외하고 계속 자리바꿈하며 연주한 거예요. 9도 이상의 텐션음이라고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코드톤 위로 3도씩 쌓고 그 구성음의 위치를 달리해 화음으로 만들며 원하는 소리를 찾아보세요. 가장 빈번하게 생략하는 5음을 제외하고, 베이스에서 3음을 커버하고 있다면 7, 9, 11, 13 네 개의 음만으로도 풍성한 코드 진행을 연출할 수 있어요.

      SAMPLE - House Chord Progression

    • TIP2

      Techno-Logic

      테크노는 화성의 비중이 그리 큰 장르는 아니에요. 단음 선율이 쭉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니 여러 이펙트나 오토메이션을 통해 변화를 주면서 음악을 흥미롭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이번 예시는 FM 신시사이저로 만든 소리를 사용했어요. FM 신시사이저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캐리어라 불리는 파트를 모듈레이터가 변조해서 캐리어의 파형에 배음을 쌓아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파형의 기본음은 변하지 않지만, 배음 주파수가 더해지며 화음처럼 들리는 중고음부의 소리가 추가되는 거죠. 일단 낮은 C 음을 아르페지에이터를 이용해 16분음표로 반복시킨 뒤, 모듈레이터의 주파수를 오토메이션했어요. 화면에서 붉은 선과 점으로 표기된 곳을 확인해 주세요. 모듈레이터의 주파수를 올릴수록 더 높은 주파수의 배음이 추가돼요. 그렇게 여전히 단음인 신시사이저 소리에 은근하지만 역동적으로 변하는 화음감을 더하는 거죠. 물론 테크노는 불협 자체의 매력을 극대화했을 때의 매력도 있는 장르니, 이런 식으로 뼈대가 되는 라인을 구성했다면 다른 요소는 이것저것 실험해보셔도 좋아요. 베이스에 과감하게 리버브를 걸어본다든지.

      SAMPLE - Techno FM Synth

    • TIP3

      Harmonic Ambience

      살라만다는 정형화되지 않은 앰비언트의 다양한 색을 보여주려 해요. 앰비언트 코드는 주로 패드나 서정적 신시사이저 소리를 재료삼는데, 이번 예시는 제 목소리 샘플을 이용해 봤어요. 먼저 노트를 쌓기 전, 리버브와 피드백을 높게 설정한 에코 등으로 공간감과 스테레오 이미지를 살렸어요. 이런 과정을 미리 거치면 음을 아주 많이 겹치지 않아도 풍부한 인상이 생기죠. 근음 역할을 하는 노트를 누른 뒤, 그 위로 하나씩 올려보는 거예요. 곡 BPM과 코드 진행이 상대적으로 느리니 서두를 필요 없어요. 완벽한 코드를 한 번에 떠올린다는 느낌보다 완전 4도와 완전 5도, 즉, 어지간해서 실패가 없는 음의 간격을 유지하며 상행 혹은 하행해보세요. ‘멜랑꼴리’한 소리가 날 거예요. 만약 배음렬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면 거기에 속한 음들을 가까운 배음 위주로 순서 상관없이 눌러봐도 좋아요. 결국 3화음 자체가 배음열에 기초해 잘 어울리는 음을 묶은 것이기에, 이 또한 웬만해선 잘 어울려요. 이 두 방식을 섞으면, 전개가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겠죠.

      SAMPLE - Ambient Note Progression

    • TIP4

      Trance State

      테크노의 아르페지에이터로 리듬을 만들었다면, 트랜스에서는 음계를 생성하는 역할로 써봤어요. 옥타브 설정(Step)도 추가해둬서, 더 넓은 범위로 선율이 움직이죠. 한마디씩 긴 화음을 입력해두면, 아르페지에이터가 자동으로 그 구성음을 계속 연주하는 거예요. 곡 초반부라 가정하고 화음 자체는 다이아토닉에서 벗어나지 않았어요. CM7(C, E, G, B), Em7(E, G, B, D) 반복이죠. 메이저로만 쭉 가거나 마이너로만 진행하기보다, 이를테면 3도씩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며 출발해보세요. 아르페지에이터가 너무 높이 상승하거나 하강하면 소리가 너무 정직하게 들릴 수도 있으니, 중간중간 근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리트리거를 걸어두는 것도 불규칙성을 연출하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절정부에서는 코드를 자주 바꿔준다거나, 다이아토닉 음계 밖의 화음으로 과감히 이탈해보세요. 너무 규칙대로만 가면 ‘트랜시한’ 상태를 표현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SAMPLE - Trance Chord Progression

    • TIP5

      Synth City

      신스팝, 부기, 디스코 같은 음악은 베이스가 상당히 바쁠 때가 많아요. 주인공 역의 멜로디도 있고요. 그러니 코드까지 화려하면 다소 산만하게 들릴 수 있어요. 자리바꿈보다 기본 위치만 잘 짚어줘도 충분히 매력적이죠. 우선 4마디 진행을 구상한 뒤 근음을 제외한 3, 5, 7, 9음을 쌓아보세요. 코드와 코드 사이, 반음 간격의 패싱 코드를 넣으면 극적인 효과를 더할 수 있고요. 이번 예시에선 FM9, Dm9, Em9, A9(b9, b13)의 진행을 만들어 봤어요. Dm 키의 곡으로 마지막이 5도, 즉, 도미넌트 코드로 끝나는 구성이에요. 도미넌트 화음은 원래부터 불안한 소리라 b9, 9, #9, #11, b13, 13 등 다양한 텐션을 쓸 수 있으니, 코드톤을 제외한 음을 다양하게 적용해봐도 좋아요. 자유롭게 베이스라인이나 멜로디를 스케치한 뒤, 거기에 맞는 메이저와 마이너 및 도미넌트 코드를 적절히 변주해가며 연주해보세요. 코드와 화성에 정답은 없답니다!

      SAMPLE - Synth Pop Chord Progression

    • CREATOR RECOMMEND

      Call Super - Music Stand

      두 개의 코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나 싶더니, 의외의 화음이 등장해요. 굳이 연결성을 찾으려면 근거를 발견할 수는 있겠지만, 예상치 못한 전개에서 오는 놀라움이 더 큰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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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팔황단

    비디오 게임 사운드트랙을 만드는 음악가 팔황단이 안내하는 칩튠 텍스처의 왕도.

    • Tip 1

      How to SEGA MASTER SYSTEM

      에이블톤의 기본 가상 악기로 8비트 게임기 SEGA MASTER SYSTEM(SMS)의 사운드를 재현했어요. 국내에선 ‘겜보이’로 불린, SEGA가 85년에 내놓은 가정용 게임기죠. YM2413 사운드 칩을 내장해 금속성의 영롱한 음색으로 유명해요. Chipsynth PortaFM 같은 유료 가상 악기를 사용해도 좋지만, 웬만한 FM 신시사이저로도 흉내 낼 수 있어요. 아래의 음원은 Operator로 만들었어요. ‘칩튠감’을 더하고 싶다면 비트크러셔로 선호하는 정도까지 살짝 깎아주세요. SMS가 나온 시대의 사운드 칩은 기술적 한계로 파형의 종류가 적었고, YM2413는 그중에서도 저렴한 모델이죠. 그래서 캐리어와 모듈레이터는 단 한 쌍만 썼어요. 오리지널에 되도록 근접하기 위해서요. 베이스나 피아노 질감을 내기 위해, 저는 ADSR을 캐리어와 모듈레이터를 0s, 4s, -infdB, 1.00ms 정도로 설정할게요. 캐리어의 Coarse 값을 ‘1’로, 모듈레이터는 ‘3’으로 맞추고요. 그 상태에서 모듈레이터의 레벨을 -20dB에서 0dB까지 올리며 원하는 지점을 찾는 거예요. 0dB에 가까울수록 금속성이 강한 소리가 나요.

      Sample1 - Operator로 만든 SMS 스타일 베이스

    • Tip 2

      How to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NES), ‘현대 컴보이’는 고전 게임을 즐긴다면 익숙한, 칩튠을 대표하는 음색을 내요. 아무 샘플러에 NES의 5개의 오디오 채널의 파형을 넣으면 되니까 흉내 내기도 쉽죠. 3개의 펄스(12.5%, 25%, 50%)와 트라이앵글, 노이즈 파형을 넣고 연주해보세요. 아래는 트라이앵글 파형을 넣어서 시퀸싱한 음원이에요. Lo-fi 질감이 뚜렷한 NES의 다섯 파형 중에서, 트라이앵글 파형은 유독 저음이 지저분하죠. 이 부분을 정제하지 않는 게 ‘포인트’예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NES 사운드 음원을 샘플러에 넣고 엔벨롭을 조절해 보세요. 엔벨롭을 복잡하게 조절할 필요는 없어요. ADSR 값 중 Decay를 제외한 모두를 ‘0’으로 만들고 Decay만 조절해도 충분해요. Decay가 낮으면 베이스나 드럼처럼 서스테인이 짧은 소리를, 높으면 리드나 브라스같이 서스테인이 긴 소리가 나요.

      Sample2 - Simpler에 NES의 트라이앵글 파형을 넣고 간단한 아르페지오를 시퀀싱

    • Tip 3

      How to COMMODORE 64

      COMMODORE 64는 게임기가 아니라 80년대 중반, 저렴한 가격에 북미에서 불티나게 팔린 가정용 컴퓨터예요. 그 안의 MOS Technology 6581 사운드 칩 소리는 칩튠을 말할 때 빠지는 법이 없어요. 신시사이저에 펄스, 소우, 트라이앵글 파형을 넣고 필터를 바이패스시킨 후 비트크러셔로 뭉개주기만 해도 그 느낌은 낼 수 있지만, 펄스를 골라 PWM을 LFO 1/32 정도로 빠르게 걸면 확실히 비슷해지죠. Commodore 64의 두껍고 흐트러진 사운드를 내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에요. 이때 LFO 소스는 노이즈나 S&H가 보다 효과적이에요. 아르페지에이터로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도 좋아요. 복잡한 패턴을 만들 필요는 없어요. 한 옥타브 사이를 오가는 단순한 패턴이면 충분해요. 저는 120BPM 기준 1/32 속도를 선호해요.

      Sample3 - PMW에 LFO를 건 뒤 아르페지에이터를, 코모도64식 리드와 베이스

    • Tip 4

      Speak Chiptune

      비트크러셔로 녹음한 음성을 변조해도 ‘칩튠감’은 낼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Text to Speech 방식으로 로봇 목소리를 내는 방식을 주로 써요. 무료로 배포하는 VST Speek를 추천할게요. 원하는 문장을 입력하면 바로 음성이 소리로 합성되니 간편해서 칩튠 제작 때 널리 쓰여요. VST Speek의 피치와 스피드는 입력한 노트에 따라 변하는데, C3를 기준으로 피치는 30에서 255, 스피드는 70에서 130, 마우스는 100에서 150, 스로트는 130에서 150 정도가 적당해요. 아래의 음원은 기본값으로 녹음했어요. 위 두 방법의 한계라면 음성에 멜로디를 담지 못하는 점이죠. 그때는 VocalSynth에 있는 Compuvox로 대체하면 됩니다. VocalSynth의 자세한 사용법은 Creator Tips의 <보컬리즘>을 참고해주세요.

      Sample4 - 에이블톤 기본 비트크러셔 이펙터 Redux로 뭉갠, VST Speek로 구현한 ‘가나다라마바사’ (4.wav 첨부)

    • Tip 5

      Mix Chiptune

      첫 번째, 공간계 이펙터를 거의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조심해야 해요. 고생해서 뽑은 8비트 질감을 단번에 잃을 수 있으니, 단순한 딜레이 정도만 걸어주세요. 미디 노트에 직접 손을 대는 미디 딜레이도 괜찮은 대안이에요. 저는 똑같은 트랙을 2개 더 만들어 볼륨을 줄이고 조금씩 밀려 배치했어요. 두 번째, 화음을 피하세요. 보통 칩툰으로 유명한 고전 게임기는 하드웨어의 한계로 동시에 내는 소리의 수가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화음이 잘 등장하지 않죠. 이런 음색을 흉내 낼 때, 처음부터 샘플러나 신시사이저의 보이스를 모노포닉으로 설정해 작업해보세요. 세 번째, 저음을 살짝 추가해주세요. 칩튠 제작에서 저음의 비중은 상당히 작아요. 그 부분을 비운 상태로 곡을 완성하는 칩튠 프로듀서가 많죠. 칩튠의 ‘룰'에 반한다고 할 지 모르지만, 저는 서브 베이스를 눈에 띄지 않을 정도 더해 저음을 보강하는 편이에요. 전자음악에 익숙한 리스너가 듣기 편하도록.

      Sample5 - COMMODORE 64 스타일의 베이스, NES 스타일의 리드와 드럼, SMS 스타일의 피아노에 서브 베이스를 가미한 믹스

    • CREATOR RECOMMEND

      2017년 FM 신디사이저로 만든 곡이에요. SMS보다 ‘칩튠감’은 덜하지만, 금속과 ’우디’한 질감을 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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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INSIDECORE

    계획은 미리부터, 디제이 듀오 INSIDECORE가 음악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방식.

    • TIP1

      Making Intro

      큰 페스티벌 무대에 설 때는 대부분 인트로를 따로 만들어요. 원래 있는 곡을 인트로 용으로 편곡하거나, 아예 새 노래를 쓰거나. 해체하고 풀어야 하니까요. 쉽게 말하면, 파티가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를 만드는 거예요. 그러니 인트로부터 너무 힘을 주거나 커머셜하게 가는 건 좋지 않죠. ‘어나운스’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거랄까. 물론 디제이가 교체되는 시간은 위험하죠. 내가 시작부터 세게 안 가면 관객들이 등 돌릴 거 같고. 우리는 ‘물갈이’한다고 생각해요. 남아있는 분들과 제대로 노는 거죠. 조급해할 필요 없어요. 꼭 인트로가 아니라, 이를테면 클럽에서 믹싱으로 이전 곡을 받아도 다시 많이 낮춰요. 하우스부터 다시 리빌딩하는 거죠. 첨부한 곡은 저희 곡 ‘Find It’을 페스티벌 연출에 맞게 재편곡한 트랙이에요. 한해 마지막 페스티벌인 ‘The Final Countdown 2018’에서 플레이한 버전이죠. 분위기 전환 목적과 동시에, 원곡에 없는 현악기를 더했어요. 실제 바이올리니스트와 협업한 무대였거든요. 바이올리니스트가 먼저 연주하다가, 저희가 등장하며 이 인트로와 자연스럽게 섞이는 연출이었어요. 인트로를 매번 똑같은 걸 사용할 수는 없으니, 페스티벌의 성격에 따라 변주해주면 좋겠죠.

      INSIDECORE - ‘Find It (Intro Edit)’

    • TIP2

      Big Room Mood

      한 시간 페스티벌 셋을 가정하면, 명확한 셋리스트를 정하는 대신 각각 5~60곡씩 준비해 가요. 페스티벌의 콘셉트와 타임테이블에 맞게. 보편적으로 크게 5개 정도의 구간으로 나눌 수 있겠네요.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초반엔 굉장히 누르는 편이에요. 그리고 하나씩 관객들에게 제안해봐요. 하우스, 테크 하우스, 또 다른 장르. 거기서 호응이 좋은 쪽으로 초반 선곡을 쌓아가는 거죠. 예컨대 테크노가 유행이라 잔뜩 준비해 갔다고, 반응이 미미한데 계속 끌고 가는 건 의미가 없잖아요. 그러면서 서서히 ‘킬링 트랙’을 포함한 우리 스타일로 가는 거죠. 특별히 한 장르만 고수하진 않아요. 빅룸 하우스든,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든 잘 어울릴 것 같으면 다 섞어요. 중간중간 ‘펀치’를 날리면서도 그루비한 느낌을 잃지 않으려 하고요. 한 셋의 5구간을 에너지 레벨로 나눠보면 20, 50, 80, 50, 100 정도 되겠네요. 보다시피 중간에 내리는 구간이 있어요. 이미 완성된 곡들의 에너지 한계가 있는데, 자꾸 그 이상 쌓으려 하면 다 똑같이 들리니까. 그리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마지막 곡으로 마무리하죠.

    • TIP3

      Secret Weapon

      ‘시크릿 웨폰’이라면, 페스티벌에서는 아무래도 떼창을 유도하는 곡이 효과적이에요. Coldplay의 ‘Viva La Vida (Syzz & Rave Republic Remix)’는 원곡을 굉장히 잘 살린 리믹스죠. 샘플링이나 재창조보다는 재편곡 정도의 느낌. 거의 셋 후반부 혹은 마지막 곡으로 틀어요. 그러고 나면 관객들이 다른 무대로 이동하든, 공연장을 빠져나가든 계속 이 멜로디를 흥얼거려요. 그렇게 이 페스티벌의 멋진 순간을 기억에 남겨주고 싶어요. 반면 중요한 순간에 저희 노래를 틀 때도 있고요. 다만 너무 강조하기보다, 슬쩍 지나가도록. 당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음악 사이에 넣어놓아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게 배치해요. 지나고 나서 “근데 저 노래 뭔지 알아?”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은근한 킬링 트랙이라 말할 수 있겠네요. 아래 소개할 ‘5ave My Life (Feat. Kevin Hzo)’는 2018 <5TARDIUM> 페스티벌을 위해 만든 ‘앤썸’인데, 딱 그때뿐만 아니라 오래오래 즐길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완성했어요.

      Coldplay - ‘Viva La Vida (Syzz & Rave Republic Remix)’

    • TIP4

      Visualize It

      예전엔 전담 VJ 팀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멤버들이 페스티벌마다 포진해 있어요. 이미 서로를 잘 알죠. 저희는 특별히 뭔가 요청하는 편은 아니에요. 몇몇 포인트나 신곡을 살리고 싶을 때 미리 얘기해두는 정도. 그럴 때는 암호를 정해놓는 거죠. 특정 곡 틀기 직전에 1, 2, 3 이렇게 약속한 숫자를 문자로 보낸다거나(웃음). 그 외엔 대부분 VJ와 스태프들을 믿고 맡겨요. 저희가 셋리스트를 전부 짜가는 게 아니니까, 색깔이든 효과든 즉흥적으로 합을 맞추는 거죠. 아주 가끔 페스티벌에 따라 선곡과 영상 프로덕션을 꽉 맞추는 경우도 있어요. 불을 뿜거나, 물을 뿌리는 대형 연출은 어느 정도는 합의가 되어야 하거든요. 디제잉보다 공연의 개념이죠. 그런 셋업은 서로 1초만 틀어져도 문제가 생기곤 해요.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꼭 그게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고요. 돌이켜보면 저희가 음악 틀 때는 밝은 조명을 많이 쏴줬어요. 둘이 얘기 많이 하고, 장난도 치고, 역동적으로 놀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예전엔 여흥구처럼 마이크워크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마이크워크나 안무가 음악보다 앞서는 경우가 자주 보여서 아쉬워요.

    • TIP5

      How to B2B

      둘이 트는 게 훨씬 재밌어요. 어떻게 갈지 알 수가 없잖아요. 관객들이 들을 때도 그렇지 않을까요? 믹싱 스킬과 비트매칭은 어찌 보면 작은 부분이에요. 또는 기본. 그보다 전체 흐름을 독창적으로 짜고, 예상치 못한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평범한 노래를 허를 찌르는 순간에 틀어서 분위기를 흔드는 디제이가 더 흥미롭죠. 당연히 혼자 틀 때보다 B2B 할 때 그런 상황이 더 자주 생길 테고요. 변수가 진짜 많은 거예요. 아마 저희 둘의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보면 이게 과연 섞일까, 싶을 수 있어요. 단, 무대에서 배려해야 해요. 파트너가 오늘 어떤 성향의 노래를 계속 튼다, 그러면 눈치채고 받아주는 거죠. 셋에서 각자 도달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자주 틀다 보니 이제 자신감이 생겼어요. 국내외 어떤 디제이와 틀어도 좋은 합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즉, B2B는 두려움을 없애는 좋은 연습이 되기도 해요.

    • CREATOR RECOMMEND

      UMF 2018 - Swedish House Mafia

      페스티벌에서 음악을 틀 때 너무 강하게만 가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Swedish House Mafia는 그렇게 하지 않죠. 차분하고, 완급조절이 완벽해요. ‘쇼’보다 ‘디제잉’으로서의 최대치를 보여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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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모과

    여름 특집, 하드웨어 악기로 만든 모과의 DIY 퍼커션 사운드

    • Tip1

      Analog from the Scratch by ULT SOUND DS-4

      이 악기는 VCO가 네 개 달린 아날로그 드럼 신시사이저에요. 보편적 드럼머신과 달리 오실레이터 파형을 아예 처음부터 선택할 수 있죠. 기본 파형인 사각파와 사인파 중 사인파로 봉고 소리를 만들었어요. 원래 봉고는 통이 두 개인데, 통마다 피치가 달라요. 두 개의 VCO를 사용해야겠죠. 봉고의 큰 통은 C3, 작은 통은 C4 정도로 피치와 옥타브를 맞춰 재현할 수 있어요. 그리고 양쪽 다 디케이(악기상 표기는 서스테인)를 짧게 주고, 어택을 더했어요. 드럼머신의 어택은 ADSR의 어택이 아닌, 흔히 말하는 ‘어택감’을 만들어주는 노브에요. 중고음부가 살아나는 동시에 디케이가 급격히 하강하는 인상을 주죠. 더불어 LFO를 오실레이터 피치에 적용하면, 음정이 불명확해져요. 봉고의 뮤트 주법을 표현하기에 적절하죠. C3로 피치를 정한 VCO에만 LFO 모듈레이션을 걸었어요. C4는 봉고의 작은 통을 오픈 주법으로 치는 소리. 원래 사인파와 비교하며 들어보세요.

      A: DS-4 오실레이터의 사인파 B: DS-4 드럼 신시사이저로 만든 봉고 소리 한 쌍

    • Tip2

      Sound of FM by YAMAHA DX100

      DX100의 베이스 프리셋으로 우드블록 소리를 만들었어요. DX100은 FM 신시사이저죠. FM 신시사이저는 오퍼레이터라 불리는 기관의 오실레이터가 다른 오퍼레이터의 오실레이터 주파수를 모듈레이션하는 방식으로 동작해요. 어렵게 들리지만, LFO로 오실레이터 피치를 조작해 비브라토를 만드는 것과 동일한 원리예요. 조작당하는 쪽을 캐리어, 조작하는 쪽을 모듈레이터라 부르죠. DX100은 캐리어와 모듈레이터의 배열 방식을 뜻하는 알고리즘을 선택할 수 있고요. 우선 베이스 프리셋을 로드한 뒤, 퍼커션에 적합한 알고리즘을 골랐어요. 퍼커션은 보통 베이스에 비해 음정이 부정확하죠. 음정을 흐릿하게 만들 때는 기음을 도맡는 캐리어보다 모듈레이터가 많은 쪽이 유리하고요. 일반적으로 캐리어와 모듈레이터의 주파수비를 정수배로 맞춰 배음을 만들지만, 주파수비를 ‘디튠’하듯이 조금 틀면 음정이 모호한 타악기 소리를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캐리어 엔벨로프의 서스테인을 줄이고, 잔향을 표현하기 위해 릴리즈를 살짝 늘리는 거죠. FM 신시사이저가 ‘우디(Woody)’한 사운드를 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목조 타악기 소리를 만들기 좋아요.

      A: DX100의 베이스 프리셋 B: DX100 프리셋을 변형한 우드블록 소리

    • Tip3

      Lucid 90’s by KURZWEIL K2000J

      지난 6월 발매된 <Turquoise> EP 수록곡 ‘Turquoise’의 퍼커션을 재현해 봤어요. K2000J는 영창뮤직이 90년대 커즈와일을 인수해 제작한 신시사이저 모듈이예요. 90년대 악기는 80년대 악기와 비교하면 확실히 소리가 명료하죠. 그래서 특별히 많이 가공하는 편은 아니에요. ‘Cartoon Percussion’이라는 프리셋을 거의 그대로 사용했고, 대신 스텝 시퀀서로 피치를 랜덤하게 돌려 의외의 결과를 기대한 거죠. 그렇게 기계가 만든 시퀀스를 들어보며, 리듬 중 뮤트할 부분을 직접 정했어요. 거기에 오토 팬, 리버브, 딜레이 효과를 입혔고요. 딜레이는 좌우 딜레이 타임과 피드백 값을 모두 다르게 설정해 불규칙성과 스테레오 공간감을 강조했어요.

      A: K2000J의 프리셋 ‘Cartoon Percussion’ 샘플 모음 B: 스텝 시퀀서와 이펙터 적용 후 완성된 드럼 트랙

    • Tip4

      Step by Step by ALESIS HR-16

      HR-16은 스텝 시퀀서를 탑재한 디지털 드럼머신이에요. 다만, 이 기기엔 원래 롬이 아니라 린드럼(LinnDrum)의 확장 롬이 장착돼 있죠. 13개의 퍼커션 샘플이 수록된 버전이에요. 특이사항으로, HR-16엔 하나의 샘플을 여러 피치로 연주하는 기능이 있어요. 주로 샘플러에서 쓰이는 용법인데, 덕분에 제한된 양의 샘플을 더 창의적으로 변주할 수 있죠. 달리 말하면 시퀀서의 16개의 스텝에 똑같은 샘플을 배정하는 거예요. 모두 다른 피치로. 게다가 단순한 ‘온오프’형 악센트가 아니라 스텝별 볼륨 설정도 가능해요. 킥이나 스네어와 달리, 퍼커션의 경우 리듬을 불규칙적으로 배열하는 재미가 있죠. 이 2마디 루프는 마디당 16개의 스텝 중 각 박자의 첫 16분음표가 아니라 16분음표 세 개마다 한 번씩 강세를 줬어요. ‘폴리 미터’라 불리는 방식이죠.

      A: HR-16 린드럼 확장팩의 소리를 그대로 사용한 콩가 시퀀스 B: 같은 리듬에 스텝별 피치와 악센트를 조절한 콩가 시퀀스

    • Tip5

      Slice and Prove by AKAI MPC 2000XL

      갖고 있는 레코드에서 퍼커션 루프를 한마디씩 한 쌍을 샘플링했어요. 네 박자 루프가 두 개 있는 셈인데, 일단 둘 다 피치를 낮추고 각각의 뒤쪽 두 박만 살려 편집했어요. 이제 피치가 낮은 두 박자 루프가 두 개 생긴 거죠. 그 둘을 연결만 해도 원 샘플과 다른 네 박자 루프를 만들 수 있지만, MPC의 뮤트 그룹 설정을 이용해 응용을 해봤어요. 뮤트 그룹은 임의의 두 패드에 샘플을 심은 뒤, 둘을 같은 뮤트 그룹으로 묶으면 한 패드를 칠 경우 다른 쪽이 뮤트되는 기능이에요. 또한 패드 보이스 오버랩 설정을 모노로 해두면, 한 패드를 연타할 경우 동일한 루프가 계속 재생되지 않고 처음부터 리트리거되죠. 그렇게 연타 및 두 패드를 자유롭게 오가며 새로운 그루브를 만들 수 있어요.

      A: 원곡 오리지널 샘플 B: MPC2000XL로 가공한 새로운 퍼커션 루프

    • CREATOR RECOMMEND

      Mogwaa - Ocean Watch

      2019년작 EP <Pilgrim> 수록곡으로 콩가와 봉고 소리를 HR-16을 사용해 만들었어요. ‘Ocean Watch’는 KAWAI K4 신시사이저의 프리셋 패치 이름이고요. 여러 디지털 신시사이저 소스를 짧게 잘라 전체적으로 ‘퍼커시브’한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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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Tonal Unity

    Tonal Unity는 “아시아를 포함한 그 이상의 순수한 사운드”를 기치로 내건 레이블이다. 지난해부터 세 장의 바이닐, 한 장의 카세트테이프, 네 장의 디지털 릴리즈를 발매했다. 설립자이자 대표 아킴보가 레이블 설립과 운영의 A to Z를 낱낱이 공개한다.

    • Step1

      Just Do It

      일단 해보세요. 저는 혼자 시작했어요. 제 곡을 발매하려는 맘도 컸지만, 흥미로운 음반을 내는 레이블을 만들고 싶었죠. 세계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로컬 아티스트의 바이닐 릴리즈가 많아졌으면 했고요. 제일 먼저 이름. ‘토널 유니티’란 이름으로 여러 사운드와 톤의 겹합이라는 의도를 표현하고자 했어요. 프랑스의 DJ Gilb’R의 레이블명인 ‘Versatile’ 같은 이름이 이상적이라 생각했거든요. 말뜻 그대로 다양한 음악을 다루는 동시에 한편으로 ‘캐치’한 이름. 첫 릴리즈는 주변 아티스트부터 주목해보세요. 저는 그렇게 컴필레이션 <Vol. 1 {일}>을 만들었어요. 친구와 동료들에게 레이블 콘셉트를 설명하고 참여를 제안했죠. 아무래도 바이닐이라는 점에서 아티스트들이 흥미를 가졌던 듯해요. 철저한 사업적 접근보다는 아티스트 간의 대화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첫 발매를 위한 시각적 요소를 충분히 준비하세요. SNS용 비디오를 따로 편집하는 것도 효과적이죠. 음반 커버부터 비디오까지 하나의 메시지로 여러 층위를 만들어보는 거예요.

      SAMPLE El Búho - Nak-Yeop (From <Vol. 1 {일}>)

    • Step2

      Know Your Crowd

      레이블의 관객을 파악하세요. 그리고 거기 맞춘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토널 유니티의 음악이 팝은 아니죠. 실험적인 쪽에 가깝고. 사업적으로 접근하면 니치 마켓을 겨냥한 음반을 낸다 말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한국보다 더 넓은 유럽과 북미 시장에 무게를 두고 시작했죠. 한국 사업을 위한 사업자등록은 완료한 상태지만, 아직 국내 메이저 음원 채널 유통은 진행하지 않아요. 반면 서울의 레코드 가게에서는 토널 유니티의 레코드를 만나볼 수 있고요. 즉, 처음부터 모든 걸 완벽히 짤 필요는 없다는 말이에요. 중요한 건 무슨 레이블을 할지, 어떤 성취를 거두고 싶은지죠. 저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반응을 듣는 게 정말 즐거워요. 우리 음악이 어느 곳으로 뻗어 나갈 지도 궁금하고요. 초기엔 음반이 어디서 얼마나 팔릴지 예측하기 어려워요. 설립 단계에서 구석구석 유통망을 잘 구축해놓아도 소용없는 일이 될 수 있죠. 당장 정형적 시스템에 목맬 필요는 없어요. 일단 첫 음반을 내고 추이를 살펴보세요.

    • Step3

      Find Your Artist

      두려움을 갖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이메일을 쓰세요. SNS 메시지를 보내세요. 답변이 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계속해보세요. 주변 사람을 통해 접점을 찾을 수도 있고. 그렇게 원하는 아티스트를 발견하고 나면 구체적 조건을 협의하는 거예요. 예컨대 제작비를 제외한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50대 50이든, 60대 40이든 합의점에 도달해야겠죠. 레이블과 관련해 생기는 모든 절차는 문자로 남기는 게 좋아요. 특히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경우. 계약서 없이 일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확실한 계약서가 필요한 날이 언젠가는 꼭 와요. 작성 요령을 미리 숙지해 두세요. 이를테면 유럽의 디지털 유통사의 경우, 특정 아티스트에 한해 아티스트와 레이블 간 날인된 계약서를 요청하거든요. 허위 발매를 방지하기 위해서죠.

      SAMPLE Howie Lee & Dutch E Germ - Less Oil & Salt, Live Life Longer (Feat. Jason Hou & Soulspeak)

    • Step4

      Physical vs Digital

      결국 시간이 관건이에요. 바이닐 제작이라면 최소 두 달은 감안해야 해요. 연기도 잦은 편이고요. 미리 날짜를 홍보하거나 이벤트를 잡은 경우 난처할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을 위한 준비도 잊지 마세요. 디지털은 적어도 아티스트와 레이블이 발매 일자를 통제할 수 있죠. 아티스트의 성향도 중요해요. 어떤 아티스트는 음악의 에너지가 식기 전 빨리 선보이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시간이 걸려도 물리적 매체로 발표하는 쪽을 선호하고. 우선 연간 계획으로 몇 장의 바이닐과 몇 건의 디지털 발매를 진행할지 정해보세요. 발매일이 서로 겹치지 않게. 최근 이른바 ‘부티크’ 바이닐 제작 공장이 많이 생겼어요. 적게는 100장도 찍을 수 있죠. ‘쇼트 런’이라 불리는 방식이에요. 대형 공장에 비해 절차도 훨씬 유연해요. 가능하면 주문을 넣기 전, 지역이나 대륙별 유통사를 확정해두세요. 공장에서 약 5곳의 목적지로 레코드를 배송해주거든요. 곡 작업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마스터링은 선택의 폭이 꽤 넓어요. 자동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마스터링 웹사이트부터 유럽과 미주의 전통의 마스터링 스튜디오까지, 선호하는 사운드와 비용에 따라 고르면 돼요.

    • Step5

      Show Your Music

      유럽은 레코드 가게가 바이닐 유통사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느 레코드 가게나 유통사가 레이블의 음악과 잘 맞을지 살펴보세요. 도매가를 정하면 유통사에서 약간의 마진을 얹은 뒤, 실제 소매점으로 레코드를 유통해요. 그러면 소매점에서 약 두 배 정도의 판매가를 책정하죠. 도매가를 과하게 잡으면 최종 소비자가가 너무 비싸질 수도 있으니 계산을 잘해야 해요. 물론 도매라고 유통사에 넘기는 물량만큼 바로 레이블에 입금이 되진 않아요. 일종의 위탁 형식이죠. 다만 음반이 잘 팔리는 레이블의 경우, 유통사가 색다른 제안을 하기도 해요. 제작비용을 지원하고 수수료를 더 받는다거나. 디지털 유통은 밴드캠프의 지분이 커요. 15퍼센트의 수수료가 있는데, 바이닐 유통 수수료를 생각해보면 레이블 입장에서 그만한 곳이 없어요. 바이닐이나 CD도 밴드캠프에서 판매할 수 있어요. 이 경우엔 10퍼센트. 그 외 디지털 유통은 바이닐과 대동소이해요. 판매량에 따른 수수료를 가져가죠. 유통사에 따라 소정의 일괄 유통료를 별도로 받기도 하고. 국내 유통은 수수료와 유통료가 해외보다 훨등히 높아요. 해외 유통까지 맡기면 추가 비용이 생기고. 초점을 둔 시장에 따라 레이블의 유통 채널이 달라지겠죠.

      SAMPLE Haedong Seoungguk - Daegeum Dosa (D.K. Senza Mix)

    • Step6

      Make It Loud

      이제 음악을 알릴 차례죠. 레이블, 아티스트, 음반에 관한 정보와 음원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짧고 간단하게 만드세요. 음원은 클릭 한 번으로 들어볼 수 있게. 프라이빗 사운드클라우드 플레이리스트가 좋은 예죠. 익숙한 플랫폼이고, 수신자가 다운로드받는 수고를 줄일 수 있으니까. 특히 개별 곡을 메일 첨부파일로 넣는 방식은 지양하세요. 누구에게 보도자료를 보낼 것인지는 레이블의 지향점에 따라 다를 거예요. 사운드클라우드 프리미어 채널, 블로거, 음악 매체 종사자 등등. 단, 프리미어 채널은 음원 공개를 위한 비용을 요구하기도 해요. 매체를 겨냥한다면, 필자 개개인의 이메일 주소를 찾은 뒤 정성스럽게 메일을 써보세요. 바로 답이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바이닐 제작이 그렇듯, 홍보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에요. 만약 다운로드 링크를 넣는다면, 기간 제한이 없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죠. 레이블 운영자의 역할은 답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메일을 열어보게 만드는 것이에요. 절대 두려워하지 마세요!

    • CREATOR RECOMMEND

      Music From Memory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레이블, Music From Memory입니다. 경계를 허무는 음악에 멋진 커버 디자인을 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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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CLOSET YI

    수집, 선곡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디제이의 라이브러리. 디제이이자 프로듀서 CLOSET YI가 말하는 나만의 라이브러리 구축론.

    • TIP1

      Do Not Trust BPM

      BPM별로 곡을 분류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아요. 단순하게는 BPM을 한껏 올리거나 내려도 매력적인 곡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죠. 속도도 물론 중요한 요소지만, 첫 번째는 아니에요. 그보다 킥 드럼의 무게와 음색에 더 집중하는 쪽이에요. 믹싱 중 두 곡의 킥이 중첩됐을 때, 얼마나 소리가 매끄럽게 잘 이어지느냐가 기본이죠. 물론 연출에 따라 완전히 다른 킥을 섞을 수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디제이라면 저음역대 소리를 세심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킥의 성격에 따라 곡을 잘 분류해놓으면 현장에서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죠.

      SAMPLES - 하우스, 테크노 등 전자 음악에서 자주 쓰이는 각기 다른 성격의 킥. 상단 이미지 속 트랙 순서(세로)와 같다.

    • TIP2

      No Chart, No Genre

      음악을 장르로 구분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너무 넓은 범위인 동시에 불분명하죠. 예컨대 브레이크비트와 하우스의 교집합 같은 음악은, 기존 장르명(이나 장르 차트)에 의존해 곡을 찾다 보면 애초에 발견조차 쉽지 않아요. 막상 틀려고 보면 같은 장르라도 어울리지 않을 때가 많고요. 그보다 연도나 레이블별로 구별해두면 더 효율적으로 라이브러리를 짤 수 있어요. 특정 시기에 자주 쓰이던 악기 소리나, 특정 레이블의 음악 스타일 같은 것들이 있으니까. 한 아티스트가 여러 이름을 쓰면서 레이블에 따라 다른 음악을 내는 경우도 빈번하죠.

    • TIP3

      Only For Live

      수많은 믹스셋을 온라인상에서 들을 수 있는 지금, 사람들이 굳이 클럽에 갈 만한 이유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필살기 같은, 클럽을 위한 곡을 준비해두곤 해요. 단순히 남들이 모르거나 구하기 어려운 노래를 말하는 건 아니에요. 현장의 특정한 장소나 순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노래들이 있죠. 굉장히 유명한 곡의 독특한 버전이나 ‘바이닐 온리’ 부틀렉이라든가. 직접 에디트한 곡을 트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고요.

      Closet Yi - Dreams Came True(Snippet)

    • TIP4

      갖거나 틀거나

      레코드라면, 틀기 위한 것과 소장용을 구분하는 편이에요. 막상 사놓고 틀기 부적절한 경우가 있거든요. 예컨대 플레이를 위한 것이라면 음압이 충분히 높은지, 다른 곡과 섞기 유용한 트랙인지 등을 파악해야 하죠. 자기만의 기준을 갖는 것도 좋아요. A면과 B면 중 몇 곡 이상이 해당 조건에 충족해야 구입한다든지. 레코드 디깅은 너무 재미있는 일이니까 즉흥적으로 샀는데, 막상 효용 가치가 떨어지면 난감하더라고요. 소장용 레코드도 마찬가지예요. 특정 아티스트의 전집을 모은다든가, 커버 디자인이나 라이너 노트의 함량을 따지는 기준을 세워보는 거죠.

    • TIP5

      포트폴리오 구성하기

      음원을 사는 루트를 다양화해보세요. 각각이 목적을 갖는 거죠. 밴드캠프(혹은 Buy Music Club)는 신보 체크, 사운드클라우드는 친구들과 지지하는 레이블의 신곡을 확인하는 용도, 아이튠즈는 편집 음반을 노리기 같은 식으로. 각기 다른 장점이 있는 곳이니 익숙해지면 원하는 결과를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어요. 몇 가지 팁이라면, 아이튠즈는 국가별 계정별로 판매 중인 음반이 달라요. 믹스셋이나 디스콕스의 댓글에서 얻은 정보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좋은 단서가 될 수 있죠. 웹사이트 Deejay.De는 특히 레코드 관련 정보가 꼼꼼하게 잘 쓰여 있어요.

    • TIP6

      My Tag & Filter

      ‘마이 태그’는 CDJ의 업계 표준이라 할만한 파이오니아 사의 프로그램 레코드박스의 혁명적 기능이에요.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넣다 보면, 여러 폴더에 동일한 곡을 중복 복사하게 되곤 해요. 하지만 곡마다 태그를 설정한 경우, 원하는 태그의 결과만 모아 조회할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장르나 사운드(Components)별 태그를 매길 수 있는데, 자기가 임의로 태그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죠. 장소나 시간대별 태그를 생성하고, 여러 태그를 동시에 적용한 곡만 추려서 볼 수도 있고요. 긴 시간 동안 음악을 틀 때 특히 요긴해요.

    • TIP7

      Trust Your Local Staff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라이브러리 구성은 음악을 찾는 데서 시작되겠죠. 정말 ‘1도 몰랐던’ 발견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는 레코드 가게일 거예요. 그리고 그곳의 음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그 가게 직원일 테고요. 망설이지 말고 물어보세요. 친구가 되기도 하고, 같이 재미있는 일을 꾸밀 수도 있을 거예요. 추천하는 곳은 rm360. 이유는 직접 가보면 압니다(웃음).

    • Creator recommend

      Closet Yi - Coastal Cast Mix

      https://soundcloud.com/coastal-haze/coastal-cast-closet-yi

      앞서 얘기한 레이블과 발매 시기를 중심으로 정리한 곡들을 조화롭게 버무린 믹스셋이라 생각해요. 90년대를 풍미한 ‘헤도니스틱’한 트랜스 사운드에 퍼커션을 좋아하는 제 개성을 담아보려 했더니, 어느새 비슷한 뿌리를 둔 레이블의 트랙들을 골랐더라고요. 더불어 원래 BPM이 100 정도인 트랙을 130까지 올리거나, 160에 육박하는 드럼 앤 베이스 곡의 피치를 한참 내려 믹싱해 보기도 했어요. 들으면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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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뷰티풀 디스코

    ‘로-파이 비트메이커’ 뷰티풀 디스코가 알려주는 자신만의 로-파이 문법.

    • STEP1

      The Playlist

      FL Studio의 ‘플레이리스트’는 패턴을 곡으로 완성하는 창이에요. 저는 편곡 단계부터 미디 노트보다 오디오 파형 작업을 선호하는 편이고요. FL Studio에도 미디 노트를 찍을 수 있는 샘플러 형태의 VST가 있긴 한데, 아무래도 오디오 파형이 실제 들리는 모양 그대로니 직관적이에요. 특히 저는 그루브를 다듬을 때. 직접 샘플을 밀고 당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미세하게 박자를 (좌우로) 조절하는 과정이라도 파형의 (상하) 다이내믹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죠. 당연한 얘기지만, 타임 스트레치를 할 때도 더 편하고요. 아무래도 샘플링 즐겨 하는 뮤지션들은 타임 스트레치 기능 자주 쓰잖아요.

      SAMPLE1 - ORIGINAL

    • STEP2

      EQ와 편견

      보통 로-파이 음악이라고 하면 마냥 고역대를 필터링한 음악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고역을 전부 덜어내진 않아요. 오히려 5000Hz 정도 대역은 강조해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컷오프 주파수는 6~7000Hz 사이, 꽤 가파른 필터를 써서 8~9000Hz 이상의 소리는 깎아내고. 그리고 모든 트랙에 같은 EQ를 거는 편이에요. 로-파이는 무식한 음악이거든요(웃음). 각각 세심하게 다루기보다 전체를 묶어 믹싱하는 편이 원하는 질감에 도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요.

      SAMPLE2 - ORIGINAL + EQ

    • STEP3

      Through the Flanger

      로-파이 비트의 다수가 테이프에 녹음을 받은 인상이죠. 플랜저를 이용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어요. Fruity Flanger의 프리셋 중에 ‘모듈레이션’이라는 세팅을 적용해보세요. ‘depth’ 노브로 효과의 강도를 조절하는 거예요. 이를테면 테이프가 늘어나 출렁거리는 정도. 다만 스테레오 필드를 너무 넓게 쓰면 로-파이 느낌이 떨어질 수 있으니, 양쪽 채널의 위상(‘phase’)은 맞춰주세요.

      SAMPLE3 - ORIGINAL + EQ + FLANGER

    • STEP4

      로-파이와 노이즈

      테이프 히스 노이즈를 새 트랙(Track5)에 올렸어요. 보통 노이즈 하면 “타닥타닥”거리는 바이닐 잡음을 많이 쓰는데, 종종 그게 인위적으로 들리기도 하더라고요. 실제 테이프에서 노이즈를 추출하고 싶다면, 아무 테이프나 넣고 공백 부분을 녹음하면 돼요. 곡과 곡 사이라든가. 다만 너무 과장되거나 자극적인 소리는 지양하는 게 좋아요. 깨끗한 테이프로도 충분하다는 말이죠.

      SAMPLE4 - ORIGINAL + EQ + FLANGER + NOISE

    • STEP5

      건반과 사이드체인

      쉽게 말하면 히스 노이즈 트랙을 건반 트랙으로 눌렀다 풀어주는 거예요. 사이드체인 컴프레서로 샘플러 SP-404의 특색을 흉내 내 봤어요. 로-파이 비트메이커들의 분신 같은 악기니까. SP-404의 ‘Vinyl Sim’ 모드를 켜면, 비트에 공백이 생길 때마다 노이즈가 확 올라오거든요. 동일하게 노이즈가 ‘떠오르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트랙 편곡을 다소 바꿨어요. 노이즈 트랙만 제외하고 전부 중간에 한 박자를 비웠죠. 사이드체인 컴프레션을 사용할 때 보통 건반은 눌리는 쪽인데, 좀 다른 방식으로 사이드체인 컴프레서에 접근해 봤어요. 노이즈가 튀어 오르기 전까지는 꼼짝도 못 하게 꽉꽉 누르세요.

      SAMPLE5 - ORIGINAL + EQ + FLANGER + NOISE + SIDECHAIN

    • STEP6

      Mix Master Lo-Fi

      꼭 편곡을 마치고 믹스에 들어가라는 법은 없죠. 저는 항상 곡 만들며 믹스를 같이 해요. 사운드 디자인의 일부로서. 마스터링 역시 마찬가지예요. 마스터 트랙에 리미터와 맥시마이저(Soundgoodizer)를 미리 띄우고 그 음압 레벨을 토대로 악기별 밸런스를 잡기도 해요.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프리셋 써보며 원하는 소리를 찾아가는 거죠. 보통 로-파이 하면 ‘칠’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만들 때도 그런 태도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SAMPLE6 - ORIGINAL + EQ + FLANGER + NOISE + SIDECHAIN + LIMITER + MAXIMIZER

    • CREATOR RECOMMEND

      Beautiful Disco - Got Milk (w/ Hookuo)

      저희 크루 로파인더스의 컴필레이션 수록곡이에요. 로파인더스의 첫 결과물이라 애착이 있기도 하고, EQ나 사이드체인의 사용, 그루브를 구성하는 방식 등을 고민하며 로-파이의 문법 안에서 제 나름의 것을 찾아보려 애쓴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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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단자건즈

    BPM이 전혀 다른 두 노래 자연스럽게 이어 틀기. ‘디제이계의 선생님’ 단자건즈의 족집게 과외.

    • TIP1

      이펙터(에코)로 공박 만들기

      첫 번째 팁은 A곡과 B곡을 믹싱하기 전, A곡의 BPM을 순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요령이다. 물론 템포 페이더로 BPM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정 비율 이상은 꽤 티가 많이 난다. 대신 에코 이펙트를 이용해 공박을 만든 뒤, 그 사이에 재빨리 BPM을 바꾸는 것이다. A곡의 특정 마디 중 첫 박에 맞춰 에코 이펙트를 활성화한 뒤(뎁스는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채널(볼륨) 페이더를 재빨리 내리고 마디가 끝날 때까지 에코를 흘려보낸다. 이때 에코 이펙트의 박자 설정은 1박에 맞춰놓는 것이 좋다. 에코 이펙트는 채널 페이더를 내려도 잔향이 남아 있는데, 그 사이에 CDJ의 템포 페이더를 상승시킨다. 그리고 다음 마디의 첫 박에 맞춰 에코를 끄는 동시에 채널 페이더를 올린다. 드럼 비트 부분에 에코를 걸면 더욱 자연스럽다. 잠시 멈췄다(잔향만 남겨뒀다가) 더 빨리 노래를 재생하는 효과가 의도적으로 들린다는 점에서 BPM 전환과 함께 플로어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 Jubilee - Stingray Shuffle(135BPM - 140BPM)

    • TIP2

      드롭(DROP) 만들기

      곡이 ‘터지는’ 순간을 주로 드롭이라 부른다. 디제이들은 무대에서 그 지점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드롭 직전에 필터 등의 효과를 가미하기도 한다. 두 번째 팁은 A곡과 B곡을 비트매칭을 하며 드롭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기술적으로는 BPM 차이가 많이 나는 곡도 CDJ 템포 페이더의 범위를 넓혀 비트매칭을 할 수 있지만, 원본의 BPM과 멀어질수록 듣기에 부자연스럽다. 즉, BPM 차가 큰 A곡과 B곡을 단순한 비트매칭으로 전환하면 엿가락처럼 늘어나거나 과도한 에너지의 곡 때문에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대신 B곡의 도입부를 드롭처럼 포장함으로써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먼저 A곡의 적절한 부분부터 B곡의 믹싱을 시작한다. 서서히 블렌딩을 한 뒤, A곡과 B곡의 믹싱이 끝나는 부분에 맞춰 B곡의 BPM을 빠르게 조절해 원래 속도에 맞춰준다. A곡 특정 악절 마지막 마디의 볼륨이나 화성이 하강하는 인상의 구간을 사용하면 ‘드롭’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A: Akito - Bordello Bounce Original Mix(122BPM)B: Walter Ego - In Control (feat. Slick Don)(137BPM)

    • TIP3

      앰비언스 블렌딩

      곡의 ‘앰비언스’라 할만한 부분을 이용해 두 곡을 믹싱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앰비언스란 비트가 없고 멜로디 등이 두드러지지 않는 구간을 말한다. A곡의 앰비언스 구간을 1박, 혹은 1마디가량 루프를 건 다음, B곡과 믹싱을 시작한다. B곡과 A곡의 조성이 잘 어울릴 경우, A곡의 앰비언스가 B곡의 화성과 잘 섞여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루프를 건 앰비언스 구간은 A곡의 BPM에 따라 반복되어 나름의 규칙적 ‘클릭’이 생기지만, 여전히 배경음처럼 들리기에 큰 위화감 없이 BPM이 다른 B곡의 드럼을 받아들일 수 있다. A곡과 B곡을 섞어나가는 중, A곡의 볼륨이 적당히 줄어든 뒤 이펙터의 ‘리버브’ 효과를 걸면 좀 더 부드럽게 두 곡을 믹스할 수 있다.

      A: Net Gala - Broken Platform (Bela Remix)(150BPM)B: Net Gala - Quarrel (Osheyack Remix)(140BPM)

    • TIP4

      CDJ의 VINYL SPEED ADJUST로 브레이크 걸기

      CDJ 바이닐 모드의 VINYL SPEED ADJUST 노브를 이용한다. 기기는 다르지만 턴테이블리스트들이 즐겨 사용하던 전통적 믹싱 방법이기도 하다. 상기 세 가지 팁이 블렌딩이라는 틀 안에 있다면, 이 네 번째 방식은 블렌딩이 사실상 불가할 정도로 BPM 단차가 큰 곡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CDJ의 VINYL SPEED ADJUST 노브를 시계방향으로 돌릴수록, 플레이/포즈 버튼의 발진 및 정지 속도가 느슨해진다. 턴테이블의 스타트/스톱 버튼을 눌렀을 때의 반응이 모터의 구동과 제동 시간에 따라 제각각인 것을 디지털로 구현한 것이다. 믹싱 요령은 간단하다. 원하는 감도로 A덱의 VINYL SPEED ADJUST(TOUCH/BRAKE) 노브를 설정한 뒤, 재생 중인 A곡의 특정 악절 첫 마디 첫 박에 맞춰 포즈 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B곡을 재생한다. 모터가 정지되듯 A곡이 멈추며 완전히 다른 BPM의 B곡이 치고 나오게 되는 것이다. 좀 더 ‘손맛’을 보고 싶다면 포즈 버튼을 누른 뒤 (VINLY SPEED ADJUST 노브는 원래대로 두고) A덱의 템포 페이더를 급격히 내려도 좋다. 다만 BPM이 0에 다다르는 속도를 조절하기 다소 까다롭다.

      A: Dizzee Rascal - Bassline Junkie(139BPM)B: TLC - Waterfalls(85 BPM)

    • TIP5

      드럼 못갖춘 마디 이용하기

      못갖춘 마디로 시작하는 곡들이 있다. 주로 디스코, 훵크 등의 장르 도입부에 드러머가 ‘필인(리드인)’을 연주한 뒤 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형식이다. 다섯 번째 팁은 B곡의 그런 필인을 사용한 일종의 ‘컷 믹싱’이다. 컷 믹싱은 보통 A곡에서 B곡으로 ‘잘린 듯’ 넘어가지만, 필인 덕분에 B곡을 맛보기로 보여주며 덜 급박하게 BPM이 다른 두 곡을 연결할 수 있다. 일단 A곡이 재생되는 동안 B곡 필인의 길이를 감안해 믹싱 타이밍을 정한다. 아래 예제는 B곡 필인이 두 박자기에, A곡 악절 마지막 마디의 두 박자가 지나간 뒤 B덱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A곡의 채널 페이더를 부드럽게 내려준 사례다. 주로 필인은 박자를 잘게 쪼개는 경우가 많아, 믹싱시 A곡의 박자 사이를 파고들어 새로운 BPM으로 전환되는 인상을 준다. A곡 특정 구간에 1박 또는 2박 정도만 비트(드럼)의 빈틈이 있어도 충분히 가능한 팁이라 쓰임새가 요긴하다.

      A: 2Pac - I Get Around(96BPM)B: Parliament - Tear The Roof Off The Sucker (Give Up the Funk)(105BPM)

    • CREATOR RECOMMEND

      DJ EZ BOILER ROOM LONDON DJ SET

      “소개한 용법이 정확히 나오는 예시는 아니지만, 이 영상이야말로 어떻게 하면 CDJ와 믹서의 이펙터를 창의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대한 바이블이고 코란이며 금강경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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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브레이크비트

    브레이크비트 ‘통샘플’ 루프로 완전히 새로운 브레이크비트 만들기.

    • STEP1

      드럼 샘플 고르기

      미디 신호를 추출하기 위한 브레이크비트 샘플 루프를 먼저 골라요. 에이블톤의 ‘Slice To New MIDI Track’ 기능을 이용하면, 오디오 샘플을 미디 노트로 변환할 수 있거든요. 브레이크비트가 구간별로 잘려 각각의 미디 노트가 되는 거죠. 모든 비트가 16분 음표 정박에 딱 들어맞는 샘플보다, 불규칙적인 걸 선호해요. 미디 노트로 변환되었을 때 조금 더 ‘랜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많이 하다보면 눈에 보여요. 이 샘플이 어떻게 잘리게 될지.

      SAMPLE1 - 원본 브레이크비트 샘플 루프.

    • STEP2

      미디 신호 추출하기

      샘플을 우클릭한 후 ‘Slice To New MIDI Track’을 선택하면 샘플을 인식하고 자르는 알고리즘을 선택할 수 있어요. 저는 기준은 ‘Transient’로, 프리셋은 ‘Built-In’ 설정을 주로 이용해요. 사실상 에이블톤이 트랜지언트를 읽고 분석하는 능력에 맡기는 거예요. 그게 꼭 100퍼센트 정확하지 않더라도 오히려 재미있을 수 있죠. 이 과정을 거쳐 하나의 긴 브레이크비트가 몇 개 혹은 몇십 개의 미디 노트로 바뀌게 돼요.

    • STEP3

      SIMPLER의 SLICE 모드 이해하기

      추출한 미디 신호를 새 미디 트랙(3번 채널)에 옮기고, 원본 브레이크비트 샘플을 에이블톤 내장 샘플러 SIMPLER에 넣어요. SIMPLER의 세가지 모드 중 ‘Slice’ 모드를 선택하면, 이미 SIMPLER의 알고리즘에 따라 샘플이 ‘슬라이스’되어 있죠. 이제 미디 클립을 재생하면 각각의 미디 노트가 순서대로 슬라이스를 재생하게 돼요.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각각의 슬라이스에 일괄적으로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브레이크비트가 ‘통샘플’인 상태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이죠. 예를 들어 ‘Fade Out’ 노브를 올리면 모든 슬라이스에 동일하게 페이드 아웃이 적용돼요. 게이트 효과처럼 쓸 수 있죠. 불규칙적 그루브를 위해 슬라이스의 기준이 되는 세로 선을 수동으로 추가하거나 지울 수도 있어요.

      SAMPLE1 GATED - 미디 노트로 연주한 원본 브레이크비트 샘플. ‘Fade Out’ 효과를 사용했다.

    • STEP4

      INSTRUMENT RACK 만들기

      우선 그룹 지정으로 INSTRUMENT RACK을 만들어요(SIMPLER 우클릭 후 ‘Group’). 그리고 두 번째 브레이크비트 샘플 루프(빨간색)를 별도의 SIMPLER(3번 채널)에 넣고 Slice 모드로 설정한 뒤 RACK에 병렬로 올려요. 이제 해당 채널의 미디 클립을 재생하면 두 개의 브레이크비트를 같이 플레이할 수 있죠. 두 번째 브레이크비트 샘플은 원본 샘플과 다른 리듬을 갖고 있으니, 이를테면 원본 샘플이 ‘쿵’일 때 두 번째 샘플에서는 ‘짝’이 나올 수도 있어요. 그 조화 혹은 부조화에서 완전히 새로운 리듬이 생겨요. 물론 너무 말도 안 되는 건 수정해줘야 하지만.

      SAMPLE2 - 두 번째 브레이크비트 샘플 루프.

    • STEP5

      샘플 루프 + 샘플 루프

      두 번째 샘플 루프를 하이패스 필터로 깎아 하이햇처럼 쓸 수도 있어요. 자연스럽게 두 샘플 간에 겹치는 주파수대를 정리하며 새로운 소리로 사용하는 거죠. 샘플 루프의 슬라이스 개수를 미디 노트 숫자보다 적게 만들어 루프의 후반부를 공박으로 비우는 것도 가능해요. 두 번째 샘플의 마지막 박자를 비워봤더니, 원본 브레이크비트 샘플에 포함된 ‘리버스’ 효과가 강조됐어요.

      SAMPLE1 + SAMPLE2 - 원본 브레이크비트 샘플 루프에 하이패스 필터를 적용한 두 번째 브레이크비트 샘플 루프를 합친 결과물.

    • STEP6

      미디 노트 재배열하기

      일단 두 샘플 루프 간의 수직적 관계를 조화롭게 정리했다면, 이제 미디 노트를 뒤흔들어볼 수 있겠죠. ‘비트 리피트’ 효과처럼 같은 노트를 계속 연주하거나, 미디 노트 음계의 순서를 마구 섞거나, 16분 음표로 꽉 채우는 대신 중간중간 공백을 만들거나. 하나씩 계산하기보다 들으면서 직관적으로 배열하는 편이에요.

      MIDI MODIFIED - 새롭게 배열한 미디 노트로 연주한 SAMPLE1 + SAMPLE2.

    • STEP7

      ARPEGGIATOR로 끝장내기

      미디 노트를 코드 형태로 다시 찍고 해당 채널에 ARPEGGIATOR를 걸면, 미디 노트를 손수 재배열하는 것보다 더 극적인 변화를 줄 수 있어요. ARPEGGIATOR의 설정을 통해 박자를 얼마나 쪼갤지, 어떤 순서로 슬라이스를 연주할지 결정하는 거예요. 샘플 루프의 개별 슬라이스만 차용할 뿐, 완전히 새로운 수직적, 수평적 조합의 비트가 탄생하는 거죠.

      ARPEGGIATOR - 아르페지에이터를 이용해 연주한 SAMPLE1 + SAMPLE2.

    • CREATOR RECOMMNED

      MIGNON - 808 Dunk

      완벽히 동일한 기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독창적 브레이크비트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 곡이에요. 곧 발매될 허니배저 레코즈컴필레이션 수록곡이 이번 CREATOR TIPS와 흡사한 방식으로 리듬을 짠 것이니, 꼭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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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Creator Session:라이브 퍼포먼스

    에이블톤 라이브와 APC40 MK1만으로 선보이는 키라라 라이브!

  24. Creator Session : 시공간계 이펙터와 패턴 시퀀서

    에이블톤 라이브에서 패턴으로 곡 작업 시작하기

  25. Creator Session: 필드 레코딩으로 음악 만드는 방법

    일상에서 찾는 나만의 소리

  26. Creator Session: 보컬리즘

    라이브 보컬 샘플링, 보컬 쵸핑, 그리고 이펙터 랙으로 퍼포먼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27. #TECH 모듈러 신스가 기타 이펙터,앰프를 통과할 때

    라이브 보컬 샘플링, 보컬 쵸핑, 그리고 이펙터 랙으로 퍼포먼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28. #PLAY ANSR의 라이브 테크노

    모듈러 신스를 사용했다.

  29. #TECH 무그 시린으로 음악 만들기

    베이스 라인을 중심으로.